사학 "신입생 안 뽑겠다" 종교계 "순교 각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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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오른쪽)이 사학법 개정안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에 몰려가 육탄저지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김형수 기자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사립학교의 의사결정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사립학교법의 핵심은 경영권과 학교장 등의 임면권을 지닌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새 법은 이사회의 구성 방법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사재를 털어 학교를 만든 학교 설립자나 설립자 친족, 친족과 가까운 지인들로 채워졌던 기존 이사회가 이제는 새로운 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예외가 없다. 그것도 강제적이다. 학교 측의 피고용인에 해당하는 교사나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 대학평의회가 추천한 인사 중에서 새 얼굴을 선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교사.교수.학부모 등이 경영에 참여하는 게 타당하냐는 경영권 참여 논란은 물론 지배구조가 취약한 일부 사학에서는 경영권 찬탈 논란도 벌어질 수 있다. 이번 법 통과가 당장 이사진의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학교운영위 등의 추천이 가능해지려면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담은 '초중등교육법'이 동시에 개정돼야 하는데, 다른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사진 개방=새로 도입된 개방형 이사제란 사립학교 재단이사진 가운데 일정 비율을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초.중.고)나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해 선임하는 제도다. 전체 사학재단 이사 정수 7명 이상 중 4분의 1 이상인 2명 이상을 학운위나 평의회 추천 인사로 채워야 한다. 다만 사학재단의 인사권을 부분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학운위 등이 개방형 이사를 2배수로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감사도 학운위 등이 추천하는 외부 감사전문가가 임명된다. 사립재단은 안팎의 감시 및 통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초.중.고교에서는 전교조 등 교원노조 소속 교사가, 대학에서는 교수노조 소속 교수가 이사회에 들어갈 수도 있게 됐다.

◆설립자의 권한 축소=이사회 내 설립자 친족 비율의 축소(이사 정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비리 임원의 이사 취임 제한 등은 학교 설립자 측의 권한을 축소하는 조항이다. 특히 한번 비리를 저지른 이사는 설립자든 설립자의 아들이든 학교 복귀가 어려워진다. 법규 위반으로 취임이 취소된 뒤 5년이 지나야 복귀가 가능하게 된 데다 기존 재적 이사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또 재단 이사장이 해당 법인 소속 학교 교장이나 타 법인 이사로 나가는 길도 이번 법 개정으로 막혔다. 과거에는 의욕적인 학교 설립자가 학교장까지 담당하며, 학교를 키우는 일이 많았으나 앞으로는 불가능해진다.

◆피고용인의 권한 확대=설립자의 권한이 축소된 반면 교사.교수의 힘은 더 세지게 됐다. 교원을 면직할 수 있는 사유에 '노동운동을 한 경우'를 제외했다. 학교법인 측이 전교조 등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소속 교사를 면직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다만 열린우리당 측은 교원인사위원회나 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교사 또는 교수회가 추천하는 인사가 3분의 1 이상 참여토록 법을 개정하려다 막판 물러섰다.

강홍준 기자<kanghj@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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