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또 출장 가는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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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 도중 순직한 고 김태경 경사의 영결식이 9일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연말 음주 특별단속을 벌이다 음주운전 차량에 팔이 끼인 채 끌려가다 숨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김태경(32) 경사의 영결식이 9일 오전 유가족과 동료 경찰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수원남부경찰서 앞마당에서 진행된 영결식은 시작 전부터 김 경사의 가족과 동료 경찰관들의 오열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 경사 부인 이선희(32)씨는 "한동안 차에 매달린 채 끌려가다 피투성이가 됐으니…. 얼마나 아프고 추웠겠어요. 나는 어떻게 어린애들을 데리고 살아가란 말이에요.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제발 잘 있어 달라는 말 좀 해줘요…"라며 끝내 땅바닥에 주저앉아 실신해 버렸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종종걸음을 하며 따르던 8살짜리 딸과 7살짜리 아들은 "엄마, 아빠 또 출장가는 거야. 엄마 왜 울기만 해 빨리 말해 봐…"라며 칭얼거리는 등 아직도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해 참석자들을 더욱 슬프게 했다.

동료 경찰관인 김희경 순경은 추도사에서 "눈이 내려 빙판길을 이룬 차가운 겨울철에도, 수신호 장갑과 근무복이 땀으로 흠뻑 젖는 무더운 여름날도 마다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선배님은 경찰관의 표본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칼바람이 불던 며칠 전만 해도 우리에게 내가 지킬 테니 걱정 말고 순찰차 안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나오라며 떠밀어대던 친형 같은 선배님은 길이길이 우리의 힘과 용기가 될 테니 이젠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살아 달라"며 눈물을 훔쳤다.

경찰은 경찰 투신 8년 만에 무려 열 차례나 크고 작은 표창을 받은 김 경사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기려 일계급 특진을, 정부는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김 경사의 유해는 영결식을 마친 뒤 곧바로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김 경사는 최근 새로 구입한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비교적 초과수당이 많이 나오는 야간근무를 자원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김 경사는 유족의 생계를 지탱할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 보상에 관한 법률'이 국회통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변을 당해 동료들의 아픔은 더욱 크다.

김 경사는 7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수원여대 인근 편도 3차로 도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시속 100㎞로 달아나던 김모(44.구속)씨의 싼타페 승용차 운전석 창문에 팔이 끼인 채 1.6㎞가량 끌려가다 피투성이가 된 채 숨졌다.

수원=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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