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신혼여행이 많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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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생에 단 한번의 기회」라는 점에서 자칫 과욕을 부르기도 했던 신혼여행에 알뜰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결혼시즌을 맞아 신혼여행지를 주선하고있는 각 관광여행사에는 종전에 호황을 누리던 택시관광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신혼부부들만을 겨냥한 단체허니문버스관광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다.
허니문버스관광은 10∼25쌍의 신혼부부만을 모아 1박2일이나 2박3일 동안 관광을 즐기는 단체여행의 한 방법.
이성행부장 (동양고속관광)은『1,2년 전부터 허니문버스관광이 급격히 늘어 숙박시실을 예약하러온 신혼부부의 95%가 버스관광을 예약하는 실정』이라며 『버스관광 붐과 함께 숙박시설 또한 호화호텔보다 값싸고 안락한 여관이나 모텔을 즐겨 이용하는 실속파가 많다』고 근간의 추세를 설명한다.
1박2일 제주도의 경우 신혼부부 한쌍에 단체버스관광이 2만4천원임에 비해 택시관광은10만원선. 중식비와 안내비 입장료를 포함하면 버스관광과 택시관광은 약3∼4배의 가격차가 난다.
종전의 택시관광이 인기를 끈 것은 신혼부부들만이 함께 지낼 수 있어 관광시간을 신혼부부취향에 따라 여유 있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잇점 때문.
그러나 10만원이 넘는 택시관광비용만큼 운전기사의 식사비부담·과다한 팁지불 등의 잦은 시비로 택시관광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진 형편이다.
단체허니문버스관광은 비슷한 연령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고있어 신혼부부들끼리 쉽게 친할 수 있는 공감대형성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있다.
4월초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영진씨(29·서울성북구삼선동)는『단체관광이어서 불편할 것이라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아 홀가분했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는 점 때문인지 자기소개는 물론 함께 게임도 즐길 만큼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고 단체관광의 잇점을 전한다.
각기 성격도 다르고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낯선 신혼부부들이 단체버스관광에서 벌이는 진풍경도 가지가지다.
최일남씨(31·교사)의 경우 재미있는 말솜씨로 단체버스관광의 반장을 맡은 처지. 주량이 남다른 그는 관광이틀째를 맞아 드디어 부인과 냉전을 벌여 오전 내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이루다가 함께 동승한 다른 신혼부부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모든 신혼부부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극적인 화해를 이룬 케이스.
최씨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결혼까지 후회할 뻔했다며『버스관광덕분에 속상했던 일시적인 기분도 많이 자제했고 다른 신혼부부와 비교해 보면서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새로운 각오를 되새겼다』고 소감을 말한다.
또 김희섭씨(29·회사원)는 모처럼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첫 관광지에 도착하자마자 물에 빠져 부부모두가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였다. 미처 숙박지에서 집을 꾸려오지 못한 김씨 부부가 난감해 하던 중 동승했던 다른 신혼부부들이 하나씩 여분으로 남겨두었던 바지·티셔츠·치마·운동화를 합동으로 빌려주어 그날 여행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고.
이러한 갖가지 에피소드덕분인지 단체허니문버스관광은 동우회나 계모임으로까지 발전하고있다.
관광여행 후 숙박시설도 우연히 같은 곳에 묵게된 단체버스신혼 팀은 레크리에이션지도자를 모셔「허니문레크리에이션의 밤」도 즐기고 거주지별로 연락책을 두어 월l회의 정기만남,그밖에 5천원씩의 회비를 내어 거주지별 집들이를 돌아가면서 하는 친목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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