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국 노조파업 회오리 전국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금년들어 영국은 다시 파업의 회오리에 말려들고 있다.
이른바 「영국병」으로 지칭되는 빈번한 파업으로부터 산업을 보호해서 국제경쟁력을 회복해보려는 「대처」보수당정부의 노력은 첨예화한 노조의 도전 앞에 시련을 겪고 있다.
연초「더 타임즈」를 비롯한 전국지 신문사들이 노사분규에 휘말려 며칠씩 신문을 못내는 사태를 야기하더니 뒤따라 ▲대외정보를 관장하는 정부통신본부(GCHQ)의 파업 ▲런던·맨체스터등 대도시의 버스·지하철파업 ▲그리고 탄광노조의 파업으로 이어졌고 지난 5일에는 국영 BBC-TV가 노조파업 때문에 뉴스 및 일반프로를 방송하는 제1TV를 24시간 전면 중단했다.
4주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탄광노조는 투쟁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 일체 석탄공급이 중단되도록 철도와 트럭, 그리고 화물선 노조의 부분적인 동조파업까지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탄광노조의 파업은 사양길의 석탄산업을 합리화하기 위해 일부 탄갱을 폐쇄하고 고용인원을 줄이기로 하는 경영자측의 계획이 발표되자 노조에서 들고일어나 시작됐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려면 투표에 붙여 55%의 찬성을 얻어내야 하는데 탄광노조의 경우는 그러한 절차 없이 직접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어서 노조내에 파업을 반대하는 그룹과 파업에 적극 찬동하는 그룹으로 갈려 자체내분도 치열하다.
l8만명의 탄광노조원 가운데 3분의2를 약간 넘는 숫자가 파업에 가담하고있다.
탄광노조의 파업은 단순한 노사분규의 차원을 벗어나 현 보수당정부의 타도를 겨냥하는 정치성향마저 띠고있는 느낌이다.
파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아더·스카길」탄광노조대표는 친공산주의자로서 이번 파업을 계급투쟁으로 규정, 보수당정부와의 정면대결로 몰고 가고있다.
하지만 석탄노조 안에서도「스카길」의 노선에 반기를 드는 우파가 만만치 않고 일반여론이 차갑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좌파노조의 투쟁은 결국 좌절되고 말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탄광노조의 파업이 외에「대처」 정부에 의해 해체운명에 있는 런던시 의회산하의 버스·지하철 노조가 앞으로 수시 파업투쟁을 전개할 형세이고 급여인상을 요구하는 교사노조 등이 파업위협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조와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어온「대처」정부는 이번 기회에 영국병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로 노조의 거세를 위한 또 다른 입법을 추진하고있다.
그것이 또한 노조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있다.<런던=이제훈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