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업체 "인도를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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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도로 몰려가고 있다.

인도에서 고급 두뇌를 값싸게 확보할 수 있는데다 IT제품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7일(현지시간) 인도에 향후 4년간 17억달러(약 1조7500억원)를 투자해 3000명을 더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이날 인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곳엔 기술개발에 필요한 고급 인력이 풍부한데다 최근 소프트웨어 등 IT 상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칩 생산업체인 인텔은 지난 5일 10억달러의 인도 투자 계획을 밝혔고, 인터넷 부품업체인 시스코도 지난 10월 11억달러의 자본을 인도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해외 인도 기업인들에 의해 설립된 셈인디아는 30억달러의 자본과 AMD의 기술을 이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인도에서 생산하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인텔과 AMD간 한판 승부가 인도에서 펼쳐지게 됐기 때문이다. MS의 인도 투자는 90년대초부터 시작돼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MS는 인도 기술자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뛰어나고 임금이 싼 점에 주목해 진작부터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투자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규모가 예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내 MS 인력은 4000여명. 3000명을 더 고용하면 전체 인원이 두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셈이다. MS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가로 지역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 계획이다. 또 MS가 거액을 투자하게 된데는 유달리 인도에선 무료 운영체제인 리눅스가 강세라는 점도 한몫했다. 최근 인도의 한 잡지 조사 결과, 전체 서버의 40%가 리눅스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10억 인구의 인도 시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인텔과 AMD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역시 풍부하고 싼 연구개발 인력 외에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 7% 이상의 건실한 경제성장 덕에 인도내 중산층이 늘면서 컴퓨터와 프로세서 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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