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정치성 개입으로 고립자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두개의 중국출전으로 관심을 모은 제8회 아시아청소년농구선수권대회는 끝내 청치문제로 비화 대만의 대회보이코트라는 오점을 남겼다.
국기및 국가사용에 관한 대만의 불만은 처음부터 예견된것 이었지만 경기포기 선언은 전혀 의외였다.
대만은 국기사용을 둘러싼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막강한 중공팀의 전력을 의식.
경기에서 큰 망신을 당할것을 우려한것으로 아시아농구연맹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관중들마저 의외로 중공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데다 서울의 2만5천여 화교들이 대부분 본토의 산동성 출신이어서 중공과의 경기에서 일어날 예기치못한 결과도 크게 고려한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당초 지난 3윌하순부터 지난해 홍콩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의 경우를 내세워 이번대회에서도 시상식은 물론 걔·폐회식과 경기장 안팎에서 국기게양및 국가연주를 생략해줄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었다.
홍콩 ABC에서는 두개의 중국을 위해 이같은 모든 절차를 없앴으나 대만은 개막나흘전 출전을 포기했었다.
이러한 전례를 고려한 대회조직위는 이 문제를 국제농구연맹(FIBA)과 협의 시상식에서만 국기게양및 국가연주를 하기로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지난5일 입국한 중공의 왕역주단장은 즉각 이의를 제기.
『86·88양 대회를 유치한 한국으로선 모든 절차를 FIBA 규정대로 이행해달라』고 요구해오면서 개막전부터 회오리를 일으켰다.
이같이 조직위가 난처한 입장에 몰리자 이변희 ABC회장은 7일새벽 최종적 유권해석을 LA의 회의에 참석중인 FIBA의 전권을 쥐고있는 「보리스·스탄코비치」사무총장(유고인) 에게 문의한 결과『모든 절차는 FIBA규정대로 따라야한다』는 전문을 이날 상오 받았다. 결국 조직위는 어쩔수없이 중공측이 요구한 경기장 안팎의 국기게양은 거부하고 개·페회식서의 국기입장을 결정한 것이다.
대한농구협회로서는 오는10월 상해에서 열리는 아사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도 똑같은 조건을 내걸기로 하고 중공측으로부터 일단 동의를 받아놓으려는데 뜻이 있었다.
대만의 유수륜단장(대만농구협회이사)은 7일아침『어린학생들에게 국교가 없는 중공기를 보여줄수가 없어 입장식에는 불참하지만 경기에는 출전할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유단장은 이날밤 8시50분께 워커힐쉐라튼 호텔의 김인건선수촌장에게 돌연『유감스럽지만 만부득이 출전못하고 돌아간다.나 혼자의 뜻이 아니고 본국 농구협회 고위층의 지시다』라는 서회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한뒤 밤10시45분께 침통한 표정으로 숙소를 떠났다.
선수단과 함께온 대만기자들은 『모든 대회는 경기 못지않게 입장식이 중요한 것인데 한국측이 지나치게 중공측을 옹호하는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모든 스포츠의 전반적 교류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농구협회의 한관계자는 『스포츠에서는 국제연맹 규정을 지켜야만 한다.
정치적인 문제를 개입시키는 것은 유감이다.국제적인 흐름을 볼때 언젠가는 올것이 온것뿐이 아니겠는가.대만은 농구에 관한한 국제무대서 고립을 자초하고 말았다』 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