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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출두 거부 … 재판은 속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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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7일 바그다드 특별재판정에 출정하지 않은 채 속개된 재판에서 후세인과 함께 기소된 측근 7명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후세인은 전날 '재판이 불공정하다'면서 출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로이터=연합뉴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특별재판정에 출정하지 않은 채 7일 오후 3시(현지시간) 재판이 속개됐다. 이날 재판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출정 거부로 개정이 4시간 지연됐다. 특별재판부와 후세인 변호인단은 재판 속개에 앞서 별도로 만나 재판 진행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리즈가르 아민 주심판사는 "후세인이 참석하지 않은 동안 법정에서 진술된 내용을 그에게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이라크 법은 피고인의 궐석재판을 허용하고 있다.

후세인의 변호사 알두라이미는 "후세인 없이 재판을 속개하게 허용해 준 재판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후세인과 함께 기소된 측근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재판에서는 2명의 증인이 더 나와 1982년 후세인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 이후 140명 이상이 희생된 두자일 마을 학살사건과 관련된 증언을 할 예정이다. 후세인 재판은 이날 심리를 마친 뒤 일단 중단됐다가 15일 실시될 이라크 총선 때문에 수주간 휴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후세인 전 대통령은 6일 재판을 마치면서 판사들이 다음날 재판을 속개할 것임을 결정하자 "나는 돌아오지 않겠다. 불공정한 법정에 오지 않겠다. 지옥에나 가라. 너희는 모두 미국의 앞잡이들"이라고 외쳤다.

후세인은 5일에 이어 6일에도 9시간에 걸쳐 여러 명의 증인에게서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특히 여성 증인까지 등장해 자신과 측근들을 비난하자 흥분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가부장적인 중동 문화 풍토에서 여성에게서 이 같은 비난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남자의 명예훼손"이라고 알아라비야방송은 6일 전했다.

하지만 후세인이 재판 불참을 위협한 핑계는 사소한 것들이다. 후세인은 우선 "증인들에게 장시간을 주고 있으면서 왜 우리에겐 쉴 시간도 안 주느냐"며 법정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세인은 6일 피고인석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서 인상을 자주 썼다. 그는 아민 주심판사에게 "담배도 못 피우게 하고, 3일 동안 같은 셔츠를 입고 있고, 속옷도 못 갈아입었다"고 불평했다. "잠시만 시간을 주면 되는데 몇 발짝도 못 움직이게 했다"며 "이게 바로 테러리즘"이라고 소리쳤다.

이날 여성 증인이 재판정에 나오자 이라크 전역은 분노했다. 여성에게 구타.전기고문 등을 가했다는 점에서다. 5명의 증인 중 한 여성은 후세인 암살 공격이 발생한 직후 다른 가족과 함께 바그다드의 정보본부로 연행됐다고 말했다.

당시 16세였던 그는 "정보본부 취조실에서 수사요원들이 권총으로 내리치면서 옷을 벗으라고 명령했다"며 "강제로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묶인 채 전기고문을 당하고 쇠줄로 얻어맞았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신문이 끝나고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와 사막에 있는 다른 교도소로 몇 차례 이송돼 수감생활을 하다가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후세인과 변호인단은 이 같은 진술에 대한 맞불작전을 폈다. 후세인은 "재판부가 자신에게는 고문을 당했는지, 구타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왜 묻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변호인단도 여성 증인에게 "개한테 위협받은 적이 있는가. 옷을 벗긴 채 사진을 찍힌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여성 증인은 "아니다"고 답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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