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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art] 이보다 소중한 땀방울 있으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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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LG화재 구자준 부회장(왼쪽)과 LG화재 사회봉사단인 엘플라워 봉사대원들이 전북 진안군 가막리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교 1학년생 경주(가명)네를 위해 집을 지어주고 있다. [LG화재 제공]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길 빕니다."

"애들 공부방을 만들어 준다는 내 소원을 이제야 풀었네요."

5일 오후 전날 내린 폭설로 마을을 겹겹이 둘러싼 산들이 하얗게 변해버린 전북 진안군 가막리. 손자.손녀와 어렵게 살고 있는 이임순(77.이하 가명) 할머니와 LG화재 구자준 부회장은 서로 손을 맞잡고 이렇게 말을 주고받았다.

이날 LG화재 사회봉사단 '엘플라워 봉사대'의 일원인 구 부회장을 비롯한 LG화재 임직원 18명은 이 할머니와 손녀 경주(고1)와 손자 경식(초등4)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들의 인연은 LG화재가 한국복지재단과 함께 추진해온 위 스타트(We Start) 결연사업을 통해 맺어졌다. LG화재 임직원이 어려운 소년소녀들과 인연을 맺고 나눔과 봉사를 하는 사업이다.

LG화재가 경주네 가족의 딱한 사연을 접하면서 집짓기 봉사에 나섰다. 경주 엄마는 경주가 7세 때 집을 떠났다. 아빠는 재혼해 동생 경식을 얻었지만 새엄마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실의에 빠진 아빠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결국 간경화로 세상을 등졌다. 할머니에게 맡겨진 경주.경식은 아빠가 남긴 판잣집에서 어렵게 살았다. 하지만 이 집은 3년 전 허물어지면서 이웃집에 월세로 들어가 살아야 했다. 이마저도 최근 주인이 방을 비우라고 재촉해 경주네 가족은 추운 겨울, 밖으로 내몰리게 됐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LG화재와 한국복지재단은 협의 끝에 가족의 가장 큰 바람인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LG화재는 '12월 자원봉사 한마당'의 주요 사업에 '희망의 집짓기'를 넣어 정화네 집짓기를 첫 사업으로 정했다. 건축업자에게 방 두 개짜리 15평 조립식 주택공사를 부탁했다. 연내 완공 목표로 11월 시작한 공사는 현재 기초작업을 마쳤다.

정화네 집은 튼튼한 철제 빔으로 세워진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어서 혹시 폭설로 집이 무너질까봐 아주 튼튼하게 짓기로 했다. 외관에도 신경을 썼다. 통나무형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 겉보기에는 통나무집처럼 보인다. 지반도 이웃집보다 약간 높였다. 폭우 때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LG화재 임직원도 이날 하루 집짓기에 직접 일손을 보탰다. 엄동설한에 LG화재 임직원이 두메산골 가막리를 찾은 이유다. 이들은 애초 외벽 패널과 담쌓기를 돕기로 했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 때문에 시멘트가 제대로 굳지 않아 즉석에서 마당과 텃밭 꾸미기 봉사로 바꿨다. 봉사대원들이 흙을 실어나르자 20t에 이르는 흙더미가 집 주위에 소복이 쌓였다. 앞으로 마당이 되고, 텃밭이 돼 아이들이 뛰어놀고 할머니가 채소를 기를 곳이다.

봉사활동 중 가막리 이장이 "고맙다"며 국수를 말아오기도 했다.

구 부회장은 "앞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 해에 한 채 이상의 집을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진안=하지윤 기자

◆ 위 스타트(We Start) 운동은=사회 구성원 모두(We)가 나서서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에게 복지(Welfare)와 교육(Education)기회를 제공해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운동으로 2004년 5월 시작했다. ^위 스타트 마을 조성^건강지킴이 만들기(진료 및 치료)^후견인 맺어주기(1대1 결연을 통한 경제적.정신적 지원)^희망의 집 꾸미기(아동복지시설 환경 개선) 등 5대 핵심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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