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파업…국내선 74% 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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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8일 오전 0시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연말 첨단제품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파업 첫날부터 국제선 화물기 결항률이 77%에 달해 하루 수출 차질액만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조종사노조는 7일 "사측이 노조가 제시한 협상안을 거부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파업 첫날인 8일 운항 예정이던 387편 중 204편의 결항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국제선 화물기는 총 31편 중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오사카(大阪), 중국 상하이(上海) 노선 등 7편을 제외한 24편이 무더기 결항한다.

대한항공 측은 "화물기는 유럽의 경우 프랑크푸르트, 미국은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집중 편성한 뒤 인근 국가나 도시로는 트럭을 이용해 화물을 운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선 여객기는 154편 중 30편, 국내선은 202편 중 150편이 결항한다.

12월은 1년 중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시기여서 파업으로 인한 수출 차질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건설교통부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으로 인한 수출 차질이 하루 평균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기를 통한 수출 물량 가운데 대한항공의 점유율은 48%에 달한다. 나머지 수출 물량은 아시아나항공(20%)과 외국 항공사(32%)가 처리한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항공기를 이용한 수출은 총 707억 달러로 전체 수출(2332억 달러)의 30.3%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항공 화물은 주로 휴대전화.반도체 등 첨단 제품이어서 납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해외 바이어의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수출 물량은 각각 98%와 88%가 항공기를 이용한다.

항공사노조는 기본급과 비행수당을 각각 6.5% 올리고, 기본급의 750%인 상여금을 800%로 올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인 기본급 2.5% 인상과 상여금 50%포인트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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