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이젠 과열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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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6일 한 증권사가 낸 보고서엔 '코스닥 천하(天下)'라는 제목이 등장했다.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코스닥 시장을 빗댄 말이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각종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인터넷업체인 다음과 NHN은 시가총액이 각각 1조원을 돌파했다. 열흘 전 공모주 청약에 나선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은 코스닥 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인 3조3천억원의 뭉칫돈을 끌어모으며 게임주의 동반 상승세에 기폭제가 됐다.

3년 전 닷컴 거품의 진원지였던 새롬기술도 웹젠주식을 보유한 자회사 덕에 26일 주가가 1년2개월 만에 1만원선을 넘어섰다. 지난주엔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거래소시장을 앞질렀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저금리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거래소시장에서 대형주들의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인터넷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 내 실적호전 종목이 '수익률 게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닷컴주들이 강세를 보이자 그동안 코스닥을 외면하던 외국인투자가들도 주식을 사면서 코스닥시장의 상승세에 일조했다.

시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의 대니얼 류 이사는 "나스닥과 코스닥은 과거 6개월씩 시차를 두고 움직였다"며 "나스닥은 지난해 10월이 바닥이었고, 코스닥은 3월을 분수령으로 반등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기록을 보면 코스닥의 상승폭이 더 컸다"며 최근 전고점을 뚫은 나스닥에 이어 코스닥지수도 58선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선 증권사 지점에서도 코스닥 종목으로 매매주문이 몰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코스닥시장의 오름세를 이끈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의 '뒷심'이다. 이들의 돈이 계속 들어오지 않으면 추가 상승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근 고객예탁금은 다시 감소하는 추세고, 기관투자가들의 주식매수 자금줄인 주식형수익증권 잔고도 제자리걸음이다.

한양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실적호전 종목은 이미 단기간에 과대하게 올랐고, 실적이 좋지 않은 주식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수급악화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LG투자증권 양광섭 올림픽지점장은 "적당한 투자상품을 못찾은 개인 자금이 두세달 전 외국인들이 샀던 종목을 뒤늦게 매수하고 있다"며 "근거없이 많이 오른 종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사장은 "한차례 정도 차익실현을 한 뒤 실적을 따져 선별적으로 거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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