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 온정에 북한 주민 웃음꽃 피우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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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한국이 자기 형제(북한) 하나 거두지 못한다면 국제적 지도국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9월부터 석달 동안 중앙일보와 함께 북한의 식량난 해결 캠페인인 '사랑의 감자꽃을 피워요'를 이끌어온 국제 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박종삼 회장(69).

그는 월드비전이 대북 사업에 적극적인 데 대해 "한국전쟁 직후 수혜국이던 우리나라가 버젓한 지원국으로 바뀐 마당에 동족을 내팽겨치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기구는 일회성 지원보다 농업개발 사업 등을 통해 북한 스스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우량 씨감자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 이번 캠페인도 그 일환이다.

"일각에선 북한에 퍼주기만 하느냐는 얘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치원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10만명 이상이 보내온 온정을 접하면서 북한 식량난 해결 사업은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이라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형성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박 회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피는 이념보다 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특히 수많은 어린이들의 참가는 남북간 간극을 좁히고 통일 이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해도 신천이 고향인 박 회장은 한국 사회사업의 산증인이다. 1960년 서울대 치의학과와 62년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한 뒤 치과의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봉사활동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제 자신이 한국전쟁 때 길거리 소년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시기를 겪으면서 내가 한 사람을 도우면 힘든 사람 하나가 줄어들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지요. 하지만 치과의사로서는 남을 돕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미국 유학을 통해 사회사업학을 공부했고, 광주에 무의탁 비행 청소년 마을인 보이스 타운(boys town)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교수, 한국교회사회봉사연구소장, 샬롬문화원장을 거쳐 2003년 7대 월드비전 회장에 취임했다.

"북한을 네차례 오가면서 대북 지원사업은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승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식량을 무기화해서는 안됩니다. 씨감자 생산체계 구축을 비롯한 대북 농업협력개발사업은 우리 민족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박 회장은 "북측 관계자들이 남쪽의 기술을 깊이 신뢰하고 씨감자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비료 지원만 꾸준히 이뤄진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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