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제구력·8색 볼배합, "서재응 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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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26.뉴욕 메츠)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선수(overachiever)다. "

뉴욕 타임스의 26일자 기사 일부다. 세계적 권위지라는 뉴욕 타임스가 메이저리그 신인, 그것도 먼 이방에서 온 청년을 무작정 띄웠을 리는 없다.

올 시즌 단 1승(2패)뿐인 서재응에게서 무엇을 보았기에 이처럼 칭찬을 했을까.

서재응은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도, 현란한 변화구도 없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신인답지 않은 볼 배합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서재응은 26일 메츠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라이벌인 강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7이닝 3안타(1홈런).1실점의 빼어난 호투를 선보였다.

서재응은 시즌 방어율을 3.19로 낮추면서 톰 글래빈(5승4패.방어율 4.05), 알 라이터(4승2패.4.62) 등 메츠 선발 중 가장 안정된 방어율을 자랑하고 있다. 불운 속에 감춰진 서재응의 진가다. 서재응은 0-1로 뒤진 8회 강판됐고, 이후 제로미 버니츠의 동점 홈런으로 패전의 멍에를 벗었다. 메츠는 1-3으로 졌다.

▶제구력(A학점)

서재응의 브레이브스전 맞상대는 사이영상 4회 수상에 빛나는 '제구력의 마술사' 그레그 매덕스였다. '햇병아리'서재응은 최근 15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두고 있는 거물과의 대결에서 대등한 실력을 보여줬다. 똑같이 7이닝을 던져 서재응은 82개, 매덕스는 84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스트라이크 비율도 서재응이 68%(56개)로 매덕스(62%.52개)보다 앞섰다. 서재응은 4회 몸맞는공 한개를 허용했을 뿐 볼넷은 한개도 없었다. 매덕스는 삼진 3개를 잡아 서재응(2개)보다 약간 앞섰다.

▶볼배합(A+)

내셔널리그 타격 1위(0.358)인 개리 셰필드를 6회 스탠딩 삼진으로 잡는 장면은 서재응 투구의 최고 압권이었다.

셰필드의 앞선 두 타석을 범타로 잡은 서재응은 세번째 대결에서는 또 다른 볼배합을 선보였다. 첫 타석 때는 직구만 세개를 던졌고, 둘째 타석에서는 직구와 체인지업을 반씩 섞었다. 세번째는 체인지업 위주로 갔다. 볼카운트 2-3에서 과감히 던진 슬라이더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셰필드는 속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노련미(B+)

서재응은 0-0이던 5회말 선두타자 앤드루 존스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 1-2에서 던진 직구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서재응은 5회말 시작 직전 주심에게서 왼팔에 찬 염주팔찌를 풀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흔들렸다. 경기 후 "당황스러웠다"는 스스로의 말처럼 4회까지 무안타 행진이 한순간에 기우뚱했다.

서재응으로서는 이날 똑같이 3안타를 맞은 매덕스가 모두 산발 처리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다만 실점 이후 6, 7회를 1안타로 잘 막았다는 점은 서재응이 상당한 배포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B+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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