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노후공략이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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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펀드 투자 붐을 타고 새로운 유형의 펀드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칸서스 하베스트 주식1'과 '삼성 인컴플러스 파생투자1'를 통해 미래형 펀드의 가능성과 과제를 살펴봤다.

◆ 장기 투자가 통한다=지난해 10월 본격적인 멀티클래스 펀드(투자 기간이 길수록 수수료가 싸지는 펀드)를 표방하며 출시된 '칸서스 하베스트 주식1'은 13개월 만에 설정액이 5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이 펀드는 투자기간이 길수록 운용 보수를 덜 받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할수록 이득이다. 1000만원을 3년간 투자했을 때 원금 기준 누적 보수는 48만원으로, 연 2.6%의 보수를 받는 일반 펀드의 누적 수수료 78만원보다 38%(30만원) 싸다.

또 이 펀드는 우량주를 골라 장기 보유하는 전략으로 연 66.9%의 수익을 냈다. 칸서스자산운용의 박진석 운용팀장은"단기적인 재료에 따라 매매를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령화 겨냥한 상품 인기 =씨티은행은 분기마다 배당금을 주는 '삼성 인컴플러스 파생투자1'을 지난해 12월 내놓은지 3주만에 3400억원 어치를 팔았다. 이 펀드는 지금까지 네차례에 걸쳐 1~2%씩 총 7%의 배당을 했다. 삼성투신운용의 김대식 해외투자팀 과장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정기적으로 배당을 하는 상품 수요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에선 정기 배당형 펀드 설정액이 전체 공모 펀드의 37%(9월 말)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펀드는 과제도 남겼다. 배당은 했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이 0.08%에 그쳐 7800억원에 달했던 설정액이 4000억원 대로 줄었다. 전략이 해외 증시 상황과 맞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정기 배당과 수익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도 문제였다. 3년짜리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인컴플러스의 모델이 된 선진국 상품은 투자 기간을 7년으로 길게 잡고 원금을 보장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 대형화 맞춰 운용체계 정비해야=갈수록 커지는 덩치에 걸맞은 운용 체계를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칸서스 하베스트의 경우 상반기에 투자 종목이 30개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50~55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또 코스피 지수가 신고가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저평가됐다는 이유만으로 종목을 고르던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펀드평가팀장은 "리서치 기능을 확충하고, 펀드를 전담 관리하는 매니저를 두는 등 펀드 대형화에 부합하도록 운용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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