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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관광,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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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기자 중앙일보 증권부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소아
산업부문 기자

중국인들은 한국 관광을 좋아할까.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수가 6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유커들은 현대차의 승용차 70만 대 수출과 맞먹는 생산 유발 효과(18조6000억원)를 냈다. 유통업계에서 “유커 덕에 먹고산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문제는 유커들의 한국 사랑이 언제라도 식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유커의 한국 만족도는 16개국 가운데 14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재방문율도 25.7%에 그쳤다. 한국을 찾는 유커들은 느는데 만족도는 확 떨어지는 이런 모순, 원인이 뭘까.

 미국 최대 여행 정보업체인 ‘트래블주’에 따르면 올해 유커가 가장 원하는 여행 키워드는 ‘선두유(深度遊)’, 즉 ‘힐링’이다. 가장 가고 싶은 나라 2~4위는 미국(31.4%)·뉴질랜드(26.8%)·호주(25.6%). 놀랍게도 1위는 영토 분쟁 등 중국의 반일 정서에도 불구하고 39.6%를 얻은 일본이었다. 엔저로 여행비가 싸진 영향도 있겠지만 환율 덕만은 아니다. 이미 일본은 비자 요건 완화와 면세점 추가 설치 등 유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스시나 료칸 등 일본 문화의 특징을 부각시켜 질로 승부하는 게 유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국인의 여행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떨까. 국내 A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끼리 유커 모시기 경쟁이 붙어 중국 여행사에 과다한 커미션을 주고 있다. 이러니 쇼핑이나 특정 관광을 강요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서울 마포와 연남동, 동교동 일대엔 유커를 상대로 질 낮은 저가 면세품을 파는 영업장이 여러 곳 생겼다. 이런 ‘덤핑 관광’을 유커들이 모를 리 없다. “청계천·경복궁 등 입장료가 공짜인 곳만 데리고 다닌다” “우리를 우습게 보고 모텔이나 기사식당으로 데려가 비용을 아낀다”는 푸념이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이래서야 ‘유커 1000만 시대’는 고사하고 국가 이미지마저 추락할 위기다.

 유커가 원하는 건 ‘다양하고 알찬 한국 체험’이다. 우리 쇼핑 인프라가 아무리 화려해도 문화적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쾌적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숙박시설, 혼자서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 안내시설 등은 기본이다. 정부와 관광업계는 내실 있는 전통문화 체험, 지방 축제 등 볼만한 관광 자원을 개발해 쇼핑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 2월 중국 춘절 기간 일본을 방문한 유커는 약 45만 명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약 12만 명)의 네 배에 달했다. 이 차이를 벌리느냐 좁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하기에 달렸다.

이소아 산업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