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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공회담에 비친 양국정책의 구심점 |중공의 한반도정책 "교차교류"로 표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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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까소네」(중증근강홍) 일본수상은 조자양 중공수상, 호요방 당총서기등과 연쇄수뇌회담을 갖고 한반도문제에 대해 예상을 넘는 구체적 협의를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 중공측은 중공거류 한국민의 고향방문과 한국에 있는 친척들의 중공방문을 허용할 방침을 공식으로 밝힘으로써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일보 전진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에 대해 북한과의 교류확대를 요구하고 중공이 교량역할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힘으로써 한반도문제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중공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제까지 한반도문제에 적극개입을 피해온 중공이 금년 1월북한의 3자회담 제의를 미국에 전달한데 이어 한·중공, 일·북한 관계개선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되어 주목된다.
23일의 「나까소네」-조자양회담에 이은 24일의 「나까소네」-호요방회담에서 호요방중공당총서기는 일본·북한간의 교류확대를 촉구하고 중공이 관계개선을 위한 중개역할을 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
호총서기의 이같은 발언은 중공의 대한교류확대를 배경으로 남북한간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일·북한관계의 진전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한·중공관계개선을 바란다면 일본도 당연히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이번 일·중공수뇌회담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전쟁방지를 위한 노력이 전례 없이 높은 볼륨으로 강조되었다.
중공의 대한접근 자세도 그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중공은 한국과의 일방통행적인 관계개선으로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자칫 북한을 소련으로 물아붙이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중공측의 견해인 듯 하다.
일·북한간 의사소통을 위해 중개역할을 맡겠다는 호총서기의 발언은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중공측의 이같은 자세에 대해 「나까소네」수상은 즉각 답변을 피하고 25일 기자회견에서도 『당장 중공을 중개로해서 부탁할 일은 정치·경제문제에는 없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나까소네」발족 직후인 작년1월부터 「아베」(안배진대낭)외상이 기회있을 때마다 대북한 교류확대방침을 밝힌 일이 있으며 지금도 북송된 일본인처의 모국방문문제·어업협정문제·간첩혐의로 억류돼있는 일본화물선승무원 석방문제등 북한과의 대화가 아쉬운 일이 적지 않다.
「나까소네」수상이 기자회견에서 『정치·경제문제로 중개를 부탁할 일이 없다』면서도『인도상문제에 대해서는 중공당국에 부탁할 일이 장래에 있을 수도 있다』고 뒤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24일의 회담에서 일·북한문제는 서로 상대방의 의사를 타진하는 탐색전 정도에서 끝나고 더이상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이 조심스런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배려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한 일본과 중공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일·북한교류확대논의가 언제 구체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25일자 일본경제신문은 한국이 『앞으로 중공과의 관계를 확대하려 한다면 일·북한관계의 확대에 눈을 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방식, 즉 3자회담이냐, 4자회담이냐의 논의는 일본이 한국을, 중공이 북한을 의식함으로써 엇갈린 주장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일본측이 남북직접대화라는 기본입장을 전제로 하면서도 한국·중공, 미국·북한의 교차교류와 4자회담 가능성을 타진한데 대해 중공측은 어디까지나 북한이 제의한 3자회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교차교류문제에 대해서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공이 일·북한교류확대를 강조하면서도 한·중공, 미국·북한의 교차교류에 소극적인 것은 한국·중공관계개선을 공식화 시키는데 북한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공은 한국과의 관계접근을 시도하면서도 비정치적 분야에 한정시킨다는 자세를 늘 강조해왔으며 스포츠교류에서도 사전에 북한의 양해를 얻는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24일의 회담에서 「나까소네」수상의 교차교류제의에 대해 호총서기가 『중공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같은 중공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문제의 원만한 해결은 북한의 자세에 변화가 없는한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을 「나까소네」수상의 중공방문 결과가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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