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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인취업 적극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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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98년 일선에서 은퇴한 강규용(康奎龍.63)씨는 최근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변신했다. 지난해 전통놀이 지도사 양성교육을 수료한 뒤 노원구 관내 초등학교와 놀이방에 나가 풀피리 불기와 제기차기.연날리기 등 1백여가지 전통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康씨는 월 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게 되자 자녀들에게 경제적 독립을 선언했다. 康씨는 "용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아침마다 옷을 차려입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康씨처럼 은퇴했지만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노인들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무의탁.독거노인의 생활보장이나 의료지원 외에는 노인정책이 경로당 지어 주기에 그쳤던 만큼, 의미있는 방향전환인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고령자 취업알선센터. 알선센터 14곳을 통해 지난해 취업한 노인이 3천4백52명에 이른다. 취업 신청한 노인 중 72%가 일자리를 찾았다.

각 자치구도 경로당이나 복지센터를 노인들이 함께 모여 작업하는 공동작업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구청이나 사회복지관에서 포장작업이나 쇼핑백 접기 등 간단한 일거리를 수주해 노인들에게 일감을 맡긴다.

도봉구 노인복지센터의 경우 대형세탁기 등을 구입해 관내 여관 등에서 받아온 이불을 빨아 다려주는 빨래방을 차리기도 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노인들이 꼼꼼하게 세탁하는 데다 세탁비도 싸기 때문에 일감이 밀릴 정도"라며 "노인들도 매달 20만원 안팎의 용돈이 생겨 즐거워한다"고 소개했다.

또 서울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지하철 택배.생태공원 안내 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니어클럽 세 곳을 운영 중이다.

특히 오는 29일과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리는 실버취업박람회는 노인 취업 알선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박람회에 참가를 신청한 2백20개 업체가 한꺼번에 3천5백여명을 채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배달과 경비.청소 등에 한정됐던 직종도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나이지리아 대사관과 독일 상공회의소에서는 간단한 통역과 사무보조를 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하며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보험을 판매할 보험설계사를 채용한다. 이밖에 번역.상담직도 있고 여성들은 간병.산후조리.실버 도우미에 도전해 볼 만하다.

또 서울택시조합(8백명)과 마을버스조합(3백명)에서는 55세 이상 은퇴자와 60세 이상 운전기사를 대규모로 모집하므로 일단 운전면허증만 있다면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다는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방태원(方泰元) 노인복지과장은 "지금 5% 수준인 65세 이상 인구가 2020년에는 15%를 넘을 것으로 전망돼 노인 부양 차원에서도 일자리 찾아주기가 중요해졌다"며 "아직은 대부분 단순직종에 채용되고 있어 아쉬운 감이 있지만 노인들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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