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시행 지방의원 유급제 자율이냐, 상한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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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완전 자율화냐, 상한제 설정이냐."

내년초부터 시행될 지방의원 유급제 방식을 놓고 정부가 고민 중이다. 봉급을 받을 당사자인 의원들의 견해가 광역자치단체(시·도)와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사이에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광역의원들은 해당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반면 기초의원들은 정부가 전국 공통 기준을 정해주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의원 월정수당(봉급) 지급 기준안'을 마련, 최근 전국 의원 대표 모임인 시도 및 시군구 의장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전체 의원 4178명(16개 시도 682명, 234개 시군구 3496명)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문에서 행자부는 ▶자율화안(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지자체 별 조례로 결정) ▶금액 상한선 설정안(법령에 정해진 최고액 범위에서 지자체 별 조례로 결정) 등 두 가지 안을 제시, 협의회 별로 한 가지를 고르도록 했다.

이에 시도협의회는 자율화안을 택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역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봉급을 정하는 게 지방자치의 기본 취지에 부합된다"고 주장했다. 이 안이 채택되면 지자체 재정 형편에 따라 봉급이 달라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시군구협의회는 상한선안을 골랐다. 형평성을 위해 공통 기준을 정해야 바람직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서울 강남구.대전 유성구 등 재정 여건이 좋은 일부 지자체가 자율화안을 주장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지자체 예산을 짜서 집행하는 단체장들의 대표 모임인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도 상한선안을 지지했다.

따라서 정부는 국장급 공무원 최고 연봉(광역 8000만원, 기초 6000만원선) 수준의 상한선을 두고 지자체 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하는 방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지방의원은 해외 출장비 등 각종 경비를 해당 지자체 국장급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최고 액수를 정하더라도 실제로 지방의회 사이에 봉급 차이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유성구의회 관계자는 "봉급 관련 조례안 의결권을 의원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가 상한선에 맞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자치단체 간 형평성 유지'를 이유로 의원 봉급을 지자체 국장급(광역 3급, 기초 4급) 수준에서 전국적으로 통일시킨다는 방안을 마련, 추진해 왔다. 그러자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가 "예산 형편 상 어렵다"며 반발해 왔다.

한편 우리나라와 지방자치 제도가 비슷한 일본은 중앙정부가 정해 주는 기준이 없이 지자체가 부단체장~국장급 공무원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의원 봉급을 결정한다.

그러나 주민 세금에서 나가는 봉급을 공무원이나 의원들이 지나치게 높게 정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지자체 별로 구성된 '의원 보수 심의위원회'에 주민 대표도 참여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조만간 봉급 기준을 확정해 이달 중 공포할 대통령령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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