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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줄게 기술 다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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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중국 시장 쟁탈전을 자국 산업의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이 거대 시장을 미끼로 내걸고, 외국 기업끼리의 경쟁을 자극해 기술.공장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을 잡기 위해 핵심 기술을 미래의 적수인 중국에 내줘야 할지▶핵심 기술을 지키려고 눈앞의 경쟁자에게 거대한 중국 시장을 내줘야할지를 놓고 갈림길에 서고 있다.

◆ 기술 지키려다 일본 기업들 쓴 잔=최근 중국의 고속철 차량 수주를 놓고 독일과 일본이 벌인 경쟁은 '기술과 시장을 맞바꾼다'는 중국의 전략이 먹혀든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2020년까지 약 1000억 달러를 투입해 2만8000㎞의 고속철도망 건설을 추진하면서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독일의 이체(ICE), 프랑스의 테제베(TGV) 등의 관련 기업과 접촉해왔다. 지난달 중국 철도부는 독일 지멘스로부터 시속 300㎞급 고속 열차 60량을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지멘스는 약 8억 달러(63억 위안)짜리 계약을 따내는 조건으로 중국 측 합작 파트너인 탕산(唐山) 열차 제조공장에 차체 제작 등 9개 부문의 핵심기술 제공을 약속했다. 철도부는 이번에 확보한 기술의 현지화에 착수해 2008년까지 중국 내에서 자체 기술로 제작된 열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의 차량 발주를 위해 공을 들여온 가와사키(川崎)중공업 등 일본의 6개 업체는 고배를 마셨다. 신화통신은 최근 "독일 기업이 기술 이전을 과감하게 약속한 것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장기 전략이 부족해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중국, 에어버스와 보잉의 경쟁 활용=중국은 전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 구도를 자국의 항공산업 발전의 기회로 잡겠다는 계산이다.

향후 20년간 2300대(약 1830억 달러)로 예상되는 중국 시장을 잡으려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 중국의 요구다. 중국 정부는 보잉보다 낮은 시장 점유율(34%)을 50%까지 끌어올리길 원하는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되 조립 공장의 중국 이전을 끌어내기 위해 접촉 중이다. 양측은 A320 모델의 조립 라인을 중국에 신설할 지를 앞으로 6개월간 검토하기로 4일 합의했다. 프랑스 툴루즈와 독일 함부르크에만 조립 공장을 갖고 있는 에어버스가 시장을 잡기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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