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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자위 상권'인데 손님 줄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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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신사동 '노니 삼겹살' 강미옥 사장이 노니 양념을 한 뒤 숙성한 삼겹살을 들고 있다. 원래 평범한 밥집이었지만 '노니 삼겹살'이란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김태성 기자

'흰자위 상권'이 주목받고 있다. 흰자위 상권은 도심이나 사무실 밀집 지역 등 '노른자위 상권'에서 떨어진 곳을 말한다. 주택가, 아파트 상권, 도심 외곽 등을 가리킨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직장인들이 가족과 함께 집 주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흰자위 상권이 뜨고 있다. 허름했던 흰자위 상권의 점포들도 요즘 새 단장에 여념이 없다.

흰자위 상권은 점포 임대 보증금이나 권리금이 많지 않다. 주말이 대목이다. 그러나 여기서 성공하려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 안 되면 메뉴를 과감히 바꿔라=서울 신사동에 있는 '노니 삼겹살'. 한적한 골목길에 있지만 대기업 최고경영자도 즐겨 찾는 맛집이다. 저녁시간이면 가게 면적 35평 12석이 늘 찬다.

가게는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에서 좀 떨어진 주택가에 있다. '목이 좋다'는 얘기를 들을 수 없는 곳이다. 6월 가정식 백반에서 삼겹살로 메뉴를 바꾸기 전까진 한산했었다. 강미옥 사장은 "매출이 늘 제자리에서 메뉴를 바꿔볼까 고민해 왔다. 그러다 평소 건강을 위해 먹던 노니(호주 등지에서 자라는 나무의 열매, 약초로 많이 쓰임)를 사용해 삼겹살 양념을 만들어봤는데 손님들 반응이 좋았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장사가 안 되는 흰자위 상권의 기존 점포들은 가게를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적자가 2~3개월 이상 계속될 때는 리모델링할 것을 권고한다. 업종을 바꾼다면 가급적 막 유행을 타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좋다. 기존 사업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이라면 더 좋다. 또 상권의 특성에 맞는 업종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사가 잘 안 되는 점포 중 인테리어와 시설이 괜찮게 갖춰진 가게를 인수한 뒤 상권에 맞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인테리어와 시설비.투자비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또 시너지 효과가 있는 다른 아이템을 도입해 '아이템 복합화'를 생각해 보자. 타깃 고객층이 비슷하다면 궁합이 잘 맞는다. 기존에 확보한 고객을 활용할 수 있어 마케팅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표적인 어린이 간식인 치킨과 피자는 보완효과가 뛰어나다. 계절을 타는 업종의 경우 아이템 복합화는 큰 도움이 된다. 여름에 냉면, 겨울에 설렁탕을 파는 식당은 비수기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을 하면 새로 가게를 여는 것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공사 기간 중 현수막을 걸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단골 확보가 관건이다=꼬치요리 전문점 '화투' 경기도 덕소점은 주택가 뒷길 후미진 곳에 있다. 오후 10시면 인적이 끊긴다. 그런데도 장사가 잘된다. 한 달에 한 번은 들르는 단골 고객이 대부분이다. 주인 손태순씨는 "한번 찾아온 손님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게 한다는 각오로 일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단골 수십 명의 얼굴을 기억해 늘 반갑게 맞이한다. 또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새로 꾸몄고 메뉴를 다양하게 해 가족들의 주말 외식을 노렸다.

흰자위 상권은 노른자위 상권보다 유동인구가 적다. 그래서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 중요하다. 반면 변덕이 심하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쉽게 손님을 잃을 수 있다. 일단 고객이 찾아오면 최상의 서비스로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그리고 고객관리 프로그램에 신상정보를 기록해 올 때마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은 필수다. 전단지는 별 효과가 없다. 아이들은 풍선, 학생들에겐 메모지 등 흥미를 끌 만한 판촉물을 나눠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간판을 달더라도 눈에 띄는 색상과 디자인을 고른다. '이미지 마케팅'도 효과적이다. 일례로 길에서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무조건 인사하는 방법이 있다. 인사를 받은 사람은 꼭 한 번은 찾아온다. 또 배달로 고객에게 친절하게 찾아간다.

배달 종업원의 유니폼은 늘 깔끔한 상태를 유지한다. 가족 단위의 고객이 많기 때문에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흰자위 상권의 점포는 대부분 촌스럽거나 낡았다. 그래서 조금만 신경을 써도 확 달라보인다. 가급적 주차장 공간을 넓게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철재 기자<seajay@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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