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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퇴비 돈만 많이 들고 농사엔 별 도움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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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부분의 농민은 음식물 쓰레기가 원료로 쓰인 퇴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를 사용한 결과 작물이 잘못 자라거나 아예 농사를 망친 사례가 여러 번 보도됐을 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의 연구에서도 사용 후 3년부터는 수확량이 50% 이상 격감됐다는 보고가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려면 비료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염분 농도 1% 이하, 중금속 함유량 기준치 이하 등의 엄격한 공정 규격을 지켜야 한다. 열린우리당 조정석 의원실과 녹색연합이 지난 7월에 퇴비화 업체 15군데의 제품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80%가 규격을 어기고 있어 결국 대부분이 불량품인 셈이 됐다.

농림부에서 측정하는 2004년도 부산물 퇴비 총생산량은 250만t인데 이 중 음식물 쓰레기를 사용한 부산물 퇴비는 10%가 채 안 된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의 가장 큰 문제는 염분 농도다. 염분 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려면 부산물 퇴비 구성 원료 중 10% 정도가 적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년도 퇴비화된 음식물 쓰레기는 많아야 2만5000t 정도이고 연중 총 발생량 400만t의 1%에도 못 미치는 자원화 달성률이다. 그나마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퇴비를 만드는 업체가 몇 안 된다. 지금은 거의 해양 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지급되는 처리비가 t당 겨우 6만여원에 불과하다 보니 정상적인 퇴비를 만들기 위해 써야 할 t당 10만원까지 하는 톱밥이나 왕겨.밀기울.대두박 등의 부산물을 사기가 힘들다. 더욱이 높은 인건비가 투입될 뿐 아니라 생산 과정도 매우 힘들고 열악하다.

그렇다고 생산했다 해서 누가 돈 주고 사가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필요한 사람들은 공짜가 아니면 가져가지 않는다. 채산성이 없다 보니 업체들은 대부분 갈아서 바다에 버린다. 각종 이물질과 함께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들이 홍게나 조개.생선의 위 속에 들어간 채로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온다.

정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해 자원으로 쓰고자 하려면 우선 농민들을 설득해야 하고 충분한 비용이 되도록 처리비를 지급해야 한다. 어쨌든 정상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고 생산량도 얼마 안 될 뿐만 아니라 옳은 퇴비가 별로 없다.

배삼준 가우디환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