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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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핵전쟁의 공포를 그린 소설이 또 화제다.
작가「휘틀리·스트리버」와 핵무기개발문제 저술가「제임즈·쿠네트카」공저의 『전쟁의 날』(War Day).
1988년 10월28일에 일어나는 36분간의 미소간 제한핵전 결과가 주제다.
워싱턴과 샌 앤토니오는 파괴되고, 뉴욕은 유령의 도시가 된다.
소련 핵탄두 8개가 당장 6백만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이어 5년동안에 7천만명을 죽게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명피해 다음에 오는 사태다. 핵폭발때 방출된 에너지로 미국의 모든 라디오, TV, 컴퓨터가 파괴된다.
마이크로칩을 장치한 자동차는 정지되고 비행기는 추락한다. 모든 국가기능이 마비되고 달러화가 무력화한 끝에 정부가 붕괴된다.
그 전쟁후 일본은 어부지리를 얻어 세계 경제를 장악한다.
작년11월 ABC-TV에서 방영되어 하룻밤사이에 7천만시청자를 전율속에 몰아 넣었던 『그날 이후』가 핵전의 절박성과 즉각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전쟁의 날』은 핵전의 사회·경제적 장기효과가 핵심이다.
TV영화『그날 이후』가 핵전의 참상과 공포를 그린데 이어 미국에선 『탭스』(TTAPS)라는 괴상한 제목의 연구보고서가 나왔었다. 핵전쟁의 후유증을 분석한 대기권 전문가들의이름 머리글자를 모은 것이다.
그 책은 핵폭발 이후 몰아닥치는 한파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억t의 매연이 지구대기권에서 태양의 열을 차단해 지구는 「핵의 겨울」을 맞는다. 꼭 3주후면 지구기온은 영하23도의 냉동상태가 되고 그 상태는 수개월간 지속된다. 그 결과 사람은 물론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얼어죽게 된다.
핵전쟁 자체의 참상과 공포가 「그날」에 끝나지 않는다는 인식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탭스』는 핵전이 있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맺고 있다.
그점에선 제한핵전으로 사회·경제적 후유증만을 가상하고 있는 『전쟁의 날』은 도리어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있다.
제한핵전을 다룬 것으론 「존·해케트」의 『제3차 세계대전』도 있다. 그것들은 모두 가상의 전쟁이다.
하지만 가상들이 그저 흥미에 그칠 수 만은 없다.
「핵전의 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돼서 핵전위험이 줄어들 수만 있다면」하고 기대하는『전쟁의 날』저자들의 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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