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계에 왼손잡이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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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탁구계에 왼손잡이 선수들이 판을 치고 있다.
탁구협회가 제3회 서울 오픈 및 제7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 대표로 뽑은 남녀 12명 중 4명이(남1, 여3)이 왼손잡이.
특히 여자의 경우 6명의 대표 가운데 이미우 이계선(이상 제일모직) 최윤희(부산선화여상) 등 절반이 왼손을 쓰고 있다. 남자 대표 선수 중 사상 가장 나이가 어린 유남규(16·부산광성공고 1년)는 왼손의 매서운 공격으로 기성 선수들에게 겁을 주었으며 대표 선발서는 탈락했지만 이정학(동아생영) 배종환(부산광성공고) 등도 왼손 선풍의 일역을 했다.
김충용 대표팀 전임 감독은 『왼손을 쓸 경우 상대 선수들이 경기하기가 매우 거북하다. 야구에서 왼손 투수가 필요하듯 대표팀으로 보아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70년대 초 왼손 돌풍을 일으켰던 최승국 대표팀 코치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왼손 선수들은 대체로 강한 공격무기를 갖고 있어 오른손 선수들이 쉽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대표팀에서 그동안 복식 콤비를 짜는데 애로를 겪었는데 왼손 신인들이 다수 등장, 전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망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왼손 선수는 유남규와 이미우. 드라이브 주전 펜홀더형의 유남규는 역대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순발력과 타고난 재질을 갖고 있는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왼손 선수로서는 드물게 올라운드 플레이를 펼치는 유남규는 가장 두터운 4mm의 라버를 사용, 드라이브가 강하고 예리해서 누구나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선수로 꼽힌다.
지난해 바레인 제1회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우승에 큰 몫을 했던 유남규는 지난번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는 안재형 이정학 조동원 정성수 등을 꺾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대기만성형인 이미우도 대성 가능성이 있다.
서울계성여고를 졸업한 무명의 이미우는 제일모직에 입단(81년), 윤상문 코치의 지도로 급성장, 82년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우는 최근 펜홀더에서 세미크핸드그립으로 바꾸어 세차례 선발전서 기대 이상의 전과를 올렸다. 탁구의 왼손 돌풍이 과연 국제무대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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