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점〃 드문 ″새 인물〃|보수적인 진보주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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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인은 슈퍼마킷에서 어제 샀던 것과 똑같은 비누를 사면서도 「뉴」(새로운)라는 선전문귀가 적힌 것만 고른다. 그래서 미국인들은「새것」을 좋아하는 국민으로 불린다. 이 같은 미국인들의 기호에 「하트」의 상표인 「새로운 것」과 그의 양면성 내지 복합성이 의외로「미국정치인의 새로운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미대통령 예비선거를 지켜보는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하트」의 이 양면성은 또 전형적 서부 출신의 「레이건」 과 전형적 동부 상류층에 속하는 「먼데일」의 장점, 그리고 개척자 정신과 진보성 등을 고루 구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두 상반되는 인물의 특징을 잘 종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하트」는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주인공 「개츠비」에 흔히 비교된다. 「개츠비」는 서부 출신으로 동부 상류층에 진출한 미국인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하트」의 특징은 ▲중서부하층민 출신으로 예일대를 거쳐 워싱턴 정가의 동부상류층에 도전한 신분적 양면성 ▲「먼데일」과「레이건」의 기성 정치인에 반발하는 「새로운 정치」를 외치면서 실제 그의 정책은「프랭클린·루스벨트」나「존·케네디」의 이미지를 답습하려는 전통 민주당원 이라는 정책적 양면성 ▲선거공약의「진보적 색채나 보수적 색채의 복합성 ▲「신선하고 새로운」이미지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후보가「비신사적」인 것으로 기피하는 부정적·비관적 상대방공격에 호지명식 게릴라 전법을 동원하는 선거전략의 양면성▲여기에다 평소 고독하고 냉정하다는 평판과는 달리 때로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성격적 양면성 등이 대표적이다.
「하트」는 1936년 캔자스주 오타와에서 철도노동자, 유조 트럭운전사를 거쳐 농기구 판매원을 한 「칼·하트펜스」를 아버지로 태어난 블루칼러 출신이다.
아버지를 따라 철도노동에 나서기도 했던 그는 노클라호마주 베다니시의 나자린대를 거쳐 68년 예일대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동부의 문화적 충격에 몹시 당혹했던』예일대 시절 그는 많은 철학·문학·역사서적을 탐독해 뒤에 정치인으로서는 비교적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시골출신 답지 않게 상류층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학창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하트」는「존·케네디」「로버트·케네디」「조지·맥거번」아래서 선거 참모로 활약, 선거기술을 연마하고「존슨」시절의 미 법무성을 거쳐 내무성의 관리로 재직, 행정업무를 터득했다.
이 같은 정치·행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갖고 있던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 75년 이주 출신 상원의원으로 출마, 워싱턴 정가에 정식 진출했다.
「하트」는 상원에서 주로 환경·예산·국방문제에 깊이 간여, 미국 내 문제에 대한 식견을 높였으며 특정정치 클럽에 가담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그가 동부 상류층이 지배하고 있는 워싱턴정가에서 전통적 정치생태에 물들지 않고 순수성을 고수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트」의 정치성향은 미 민주당과 공화당 쪽에서 서로 매긴 점수에 따르면 진보적 80%, 보수적 15%로「먼데일」과 「레이건」의 각각 90%가 넘는 진보·보수성향에 비교할 때 비교적 중도파에 속하는 진보주의자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하트」는 거꾸로「먼데일」과 「레이건」진영으로부터 『불투명·비선명』을 이유로 공격을 받고 있다.
『「하트」의 「새로운 아이디어」에는「낡은 아이디어」밖에 없다』『그의 양면성은 동부와 서부, 상류층과 하층민, 진보파와 보수파 양쪽 모두의 표를 노린 것이지만 그의 「새로운」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때 양쪽의 표를 동시에 잃을 것』이라는 것이 비판의 내용이다.
실제 「하트」의 선거참모도 『우리는「새로운 세대」,「새로운 아이디어」가 문제가 아니다. 오로지「새로운 지도력」만이 문제다』고 실토하는 등 정책상의 새로움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하고있다.
이른바 「하트」현상으로 불리는 이번 「하트」열풍이 지나간 뒤 그에 대한 재평가가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그의 양면성은 커다란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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