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수화로 농아들 위해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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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정상인과 농아를 잇는 가교가 세워졌다.
서울YWCA 수화교실 1기생 26명은 수화를 배운 것으로 그쳐서는 무의미하다는데 뜻을 함께 하고 수화의 연구개발과 농아를 위한 봉사활동을 가질 것을 목적으로 손 소리회 (회장 박정희)를 발족시켰다.
지난 1월14일 첫 모임을 갖고 정식으로 조직을 결성, 한 달간의 준비작업을 끝내고 2월14일부터 정식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회원 수는 남자2, 여자18명 등 총 20명. 20대 여성들이 주류다.
농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상담이 그들의 주 봉사활동. 3명씩 조를 짜서 농아복지회에 나가 하루종일 취업상담을 받는데 적당한 일자리가 있으면 함께 가서 채용될 수 있게끔 주선해준다.
내방 상담객은 하루평균 10명 내외. 지금까지 7명에게 취업알선, 그 중 6명은 작업환경 등을 이유로 취업하지 않았고 1명이 헤드폰조립회사에 취업, 첫 성공사례가 됐다.
이 회 이정혜 봉사부장은 『농아의 경우 근무태도가 성실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어 기술만있다면 취업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첫 취업업체인 헤드폰 조립회사의 경우 앞으로 10명 정도 농아를 더 채용할 뜻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회원 김옥난씨는 『한국 농아복지회에 등록된 농아 중 20세 이상의 45%가 직업이 없으며 취업자 역시 목공·양재·막노동 군이 대부분이어서 그들의 비참한 실상에 가슴이 아팠다』면서 『그들에게 적당한 직업훈련이 이뤄지고 이와 함께 직업의식도 심어져야한다』고 그간의 봉사활동 소감을 피력.
이들의 정기모임은 월1회. 월 회비 2천원씩을 거둬 봉사활동기금으로 쓰고있다. 현재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수화를 통한 대화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
오혜진회원(26)은 『3개월 간 단어를 익힌 정도여서 문장을 연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 상오10시 서울 Y에 모여 이정섭 지도교사에게 수화교육도 계속 받고 있다.
일부 회원은 취업상담 외에도 농아와 개별적인 교분을 나누고 있는데 농아 자녀와. 주1회씩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있는 이희옥씨(25)는 『농아는 하나를 받으만 반드시 하나를 준다』면서 『고집은 센 편이나 무척 다정다감하다』고 평하기도.
이 회는 금년 사업계획으로 △농아가 아닌 일반인의 수화경연대회를 서울Y 후원으로 가을에 실시하며 △9월말까지 현 수화교재를 보완, 2월말 새 수화교본을 발간할 것 등을 준비하고 있어 취업상담봉사에서부터 점차 사회적 인식고양으로 넓혀갈 생각이다.
이 회 박정희회장은 대학 교과과정에 연 20시간의 수화교육실시 또는 교내 클럽활동허용 등을 당국에 건의할 생각임을 밝히고 농아 자신의 열등감을 없애고 함께 참여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매체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손 소리회」는 성별·연령 등의 제한은 없으나 서울YWCA수화교실 수료자에 한해서 회원자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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