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건강검진 어디서 받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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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비용입니다. 돈이 많은 분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현행 패키지형 종합검진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종합검진은 가장 싼 프로그램도 50만원을 훌쩍 넘깁니다. 부담스러운 비용이지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고가장비를 동원한 검진은 200만원을 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 꼭 필요한 검사는 내시경과 초음파 두 개 정도입니다. 내시경은 위장과 대장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고 초음파는 간이나 쓸개, 췌장, 난소, 콩팥 등 복부에 위치한 작은 장기들을 한꺼번에 점검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검사는 의사의 진찰 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검사만 골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른바 맞춤형 검진입니다. 동네 의원에서 가능합니다. 이 경우 의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시경과 초음파를 모두 받는다 해도 10만원 안팎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훨씬 경제적이지요.

둘째, 결과의 해석 문제입니다. 검사 수치만 빼곡하게 나열되고 정상과 비정상 여부만 구분하는 검진은 무용지물입니다.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의사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컨베이어 벨트 돌듯 운영되는 패키지형 종합검진은 충분한 설명을 듣기에 불리합니다. 평소 자신의 병력과 생활습관을 잘 아는 동네 의원 주치의가 훨씬 살에 와 닿는 지침을 내려줄 수 있겠지요.

셋째, 정확도 문제입니다. 내시경과 초음파는 가장 기계 비의존적 검사입니다. 아무리 기계가 좋아도 의사의 경험이나 정성.실력이 떨어지면 초기 암의 경우 놓칠 수 있다는 뜻이지요. 흔히 큰 병원 검진센터에서 받는 검사가 더욱 정확한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대개 대형 병원 검진센터에서 내시경과 초음파는 전문의를 딴지 얼마 되지 않는 의사들이 많이 담당합니다. 교수들이 검진센터에서 내시경이나 초음파를 직접 시술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물론 이 분들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동네 의원에서 받는 내시경과 초음파가 부실할 것이란 일반인들의 생각이 잘못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동네 의원에서 오랫동안 내시경과 초음파를 시술해온 의사라면 웬만한 대학병원 교수보다 훨씬 정확하게 암을 조기발견해 낸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끝으로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찾아낸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길 바랍니다. 혈액을 통한 암 검진은 참고용일 뿐 내시경이나 초음파에 비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첨단장비인 PET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장암을 조기발견해 낸 것도 대장 내시경 검사였습니다. 지구촌 최고의 권력자도 일반인과 똑같이 관장을 하고 항문으로 내시경이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다는 뜻입니다. 아무쪼록 동네 의원에서 실속있는 맞춤형 검진으로 건강을 배려하시기 바랍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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