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판에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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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씨름판의 망나니」로 불리는 신예 장지영(21·인하대3년)이 84년도 첫 천하장사의 타이틀을 차지, 국내 씨름계에 최대의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장지영은 8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제3회 천하장사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홍현욱(현대중공업), 이준희(일양약품)등을 꺾음으로써 명실상부한 국내씨름계의 1인자로 우뚝 솟았으나 지나친 승부욕과 개운찮은 경기매너때문에 심한 야유를 받았다. 『저런 치사한 선수가 천하장사라니…』 관중들은 박수보다는 손가락질을 했다.
장지영은 3회전인 32강 경기에서 홍현욱과 대결 1-1을 이룬후 무려 30여분간 샅바를 잡는데 신경전을 벌이며 턱과 손으로 홍현욱의 오른손을 견제하고 샅바가 불리하면 샅바를 놓아버리고 장외로 나가는등 더티한 매너로 2-1로 승리하더니 이준희와의 준결승에서도 똑같은 매너로 일관했다. 관중석에선 『퇴장시키라』는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장지영은 훙현욱과의 경기에서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으며 이준희장사와의 경기에서도 주의를 받아 천하장사의 이미지를 흐려놓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모처럼 인 씨름붐이 식지나 않을까 우려하고있다.
경기가 끝난후 장지영은 『관중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번대회에 저의 씨름생활의 전부를 걸었기 때문에 결코 질수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제가 부진했던 것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고 샅바싸움과 자세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 이번대회는 이점에 온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고 말하고 다음대회부터는 깨끗한 경기매너로 관중들로부터 호응받는 경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씨름판의 새바람을 몰고온 장지연은 힘이좋고 승부근성이 뛰어난 신예. 180cm, 1백kg의 훌륭한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장은 지난해 태동된 민속씨름에서 청룡군 백두급3품(1회)에 오른것이 고작이있으며 이번 체급별 경기에서도 백호군 백두급3품에 머무르는등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장은 씨름계에서는 제법 유망주로 평가되었던 복병이었다.
부평서국민학교 4학년때부터 씨름을 시작, 부평동중 3학년때 .전국장사대회에 나가 천하무적이었던 김성률 장사와 첫5분동안 승부를 내지못할 정도로 무서운 힘을 과시하기도 했으며 부평고에 진학해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장은 최근 하루7시간의 강훈을 거듭했다. 새벽6시에 일어나 학교앞 문학산을 오르내리는 산타기와 8km의 로드웍으로 스피드와 지구력을 길렀으며 오전에는 역기와 바벨등으로 체력을 다졌고 오후에는 기술을 익혔다.
장지영의 주특기는 돌림배지기와 잡치기로 아무리 큰 선수도 이 기술에 걸리면 헤어나지를 못한다.
홍현욱장사와 이준희장사도 모두 이 기술에 당했다.
친하장사가 된 후 장지영은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돼지반점이 행운을 내려준 것 같다면서 왼쪽팔목 이두박근에 점으로 만들어진 돼지모양의 반점을 보여주었다.
씨름선수로서는 머리가 좋다는 평을 듣고있는 장은 학교성적도 우수한 편이어서 경영학과에서 4.5점 만점에 3.2점을 따내고 있는 학구파로 장래의 희망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앞으로 열심히 노력, 부끄럼없는 천하장사가 되는 것이 올해의 최대 소망』이라고.
부평에서 상업을 하는 장진식(52)씨의 3남1녀중 세째로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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