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띠는 미술국제교류|잦은 잡음…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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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야흐로 미술 국제교류시대. 국제전이 붐을 이루고 있다.
문예진흥원이 올부터 적어도 한해 두번 이상의 국제전을 계획, 1차로 가을에 한독 수교 1백주년을 기념하는 「독일현대미술전」을 연다.
86년 아시안게임 때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88년 올림픽 때는 세계를 무대로 「서울국제비엔날레」를 열 계획이다.
한국미협도 관례적인 국제전외에 우리 미술을 해외에 내보낼 별도의 계획을 짜놓고, 한독미술가협회·한불미술가협회등도 활발한 교류전을 펼치고 있다.
국제전은 외국작가의 작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일과 한국작가의 작품을 외국에 내보내는 전시계획. 들여오는 것보다 내보내는데 더 문제점이 많다.
국제전의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미협이 해마다 내보내는 프랑스 「카뉴국제회화제」(16회·6월29∼9월30일)한국출품작가가 결정됐다.
출품작가는 김형대 이두식 김인회 한기주 계정기씨고, 대표엔 유준상씨(미술평론가)가 뽑혔다. 「카뉴국제회화제」출품작가는 현대적 감각을 가진 작가면 누구든 뽑힐수 있다.
출품작가는 미협정관(30조3항)에 따라 국제위원회(위원장 최명영)가 선정한다.
국제위원은 최명영 홍석창 유준상 서승원 오광수 하동철 노재승씨등 7명.
국제위원회가 1년동안 작품활동을 한 실적을 놓고 출품작가를 뽑아 이정회(이사장단·각분과위원장등 34명으로 구성)의 인준을 받아 결정한다. 이런 절차를 밟아 출품작가를 선정하지만 으례 뒷말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유준상씨는 『미협의 국제위원회를 특별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사장이 바뀌면 국제위원장도 바뀌기 때문에 「어떤 색깔」을 가진 작가만 특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협이 결정해 내보내는 국제전은 매년 열리는 「카뉴국제회화제」말고 2년마다 열리는「사웅파울루 비엔날레」「파리 비엔날레」, 3년마다 열리는「인도 트리엔날레」등 4개다. 내년이 출품할 해.
미협이 자체기획으로 지난해 1월19∼2윌10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비스콘티아홀에서 연 「한국현대미술전」도 호평은 받았지만 인선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선정위원회를 조직, 미협고문·미대학장·미술평론가들의 자문을 받았지만 선정작가 1백27명중 작품 경향상 문제를 이유로 34명이 불참, 93명만 출품했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커미셔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색깔이 분명하고 책임감 있는 전시회를 할수 있다는 것.
이제 옛날처럼 네임 밸류 위주로 출품작가를 뽑던 시대는 지난것 같다.
문예진흥원부원장 윤치오씨도 『자칫 학맥·인맥을 고려, 안배하다 보면 성격이 없는 전시회가 돼버리고 만다』면서 『국제전은 뚜렷한 성격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목우회(회장 오승우)는 올해 「르살롱전」(202회)에 13명의 작가를 선정, 출품했다.
목우회는 77년부터 구상회화의 메카인 「르살롱전」에 공모전을 통해 출품작가를 선정, 8번째 출품해 금상14점·은상23점·동상19점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처럼 미술단체가 공모전을 통해 실력있는 작가를 선발하는 것도 잡음을 없애는 한 방법일수 있다.
국제전시대가 열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미술계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출품작가 선정에 왕도는 없다. 선정의 묘를 발휘한다해도 불가피한 결과는 따르게 마련. 영·불·미·일처렴 국가적인 권위가 붙은 창구가 있어야한다.
외국작품을 들여올 때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미술작품이 외국에 나갈 때는 더더욱 그렇다.
화랑이나 개인 차원에서 밀수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국제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정부차원의 국제전 관장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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