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프로배구 ④ 현대캐피탈-백승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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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로배구 2005~2006 KT&G V-리그가 3일 개막한다. 남자 프로 4개 팀에서 주목받는 선수 마지막은 백승헌이다.

백승헌(27.사진)은 배구 명문 부산 동성고의 전성기를 이끌던 주역이었다. 랭킹 1위 공격수인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당시 송만덕(작고) 한양대 감독이 무던히 부산과 서울을 오르내렸다. 그러나 한양대에 들어온 뒤 백승헌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잦은 부상 때문이었다. 유약한 마음도 한몫했다. 모질고 독하지 못한 성격 탓이다. 현대캐피탈에 와서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코트보다 벤치를 지키는 때가 많았다. 지난 시즌엔 무릎 부상으로 한 경기도 못 뛰었다. 그저 그런 선수로 잊힐 상황이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김호철 감독이 백승헌을 가만두지 않았다. "부임한 뒤 1년은 두고 봤습니다. 재질은 뛰어난 선수인데 이대로 두면 팀이나 본인을 위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백승헌 구하기'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우선 공을 놓고 재활에만 집중토록 했다. 무릎 부상이 완쾌되자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시켰다. 9월엔 실미도 지옥훈련도 다녀왔다. 올해 입단 6년차.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가 달라졌다. "그동안 팀에 도움을 못 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아깝게 지는 것을 벤치에서 바라만 봐야 했을 때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는 될 것 같습니다."

김호철 감독이 말을 받았다. "올 시즌엔 승헌이가 살아나 레프트 공격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송인석.장영기에다 백승헌과 외국인 루니까지 들어와 레프트 공격력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백승헌이 부활을 예고한 것은 여자친구 덕분이기도 하다. 같은 회사 여직원과 사귀면서 정신적 안정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주말이면 영화를 보고, 드라이브도 하면서 피로를 달랜다. 가끔 여자친구 어머니가 달여준 홍삼.녹용을 먹기도 했다. 아직 결혼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맘에 끌리는 눈치다.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준 사람은 구단 프런트 직원인 김성우 대리. 몇 해 전 삼성화재 석진욱에게 현대캐피탈 여직원을 소개해줘 결혼까지 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용인=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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