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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메모 못 봐 … 검찰, 복사도 안 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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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유족 측은 10일 “(정치인 명단이 있는) 메모를 유족들이 열람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이날 오후 2시 성 전 회장 빈소가 차려진 충남 서산의료원에서 유족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하고 “(성 전 회장의) 아들이 유품을 인수하며 메모지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검찰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에 대해 열람·복사를 요구했는데도 모두 거절당했다”며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 내용이 바뀔까 봐 유가족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의 유품은 A4용지 3분의 2 크기 메모지 한 장을 비롯해 휴대전화 2대, 현금 8만원, 모자·안경·장갑·면봉 등이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자택에 남긴 유서 내용도 공개했다.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25년간 운영해 온 장학사업(서산장학재단)을 계속 이어 가기 바란다. 장례는 검소하게 치러 달라. 어머니 곁에 있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 곁에 있고 싶다’는 것은 서산시 음암면 도당3리 부모 합장묘 곁에 묻어 달라는 의미다. 박 전 상무는 “그밖에 가족들에 대한 당부 말고 다른 말씀은 절대 유서에 없었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의 셋째 동생 일종(52)씨는 “형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틀 전인 7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형제들과 만나 ‘아이들을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며 “영어의 몸이 되리라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 박 전 상무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수사와 관련해 “내가 부정한 돈으로 장학금을 준 것처럼 비치게 됐는데 (장학금을 받은) 아이들 볼 낯이 없다”고 가족과 측근들에게 심경을 밝혔다.

 성 전 회장의 서산의료원 빈소는 서울 삼성의료원에 있던 시신을 옮겨 이날 오전 9시에 차렸다. 빈소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정병국·홍문표 의원,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1000여 명이 찾아와 조문했다.

 유 원내대표는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메시지에 (여러 인물이) 등장했는데 아직까지 사실 여부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사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한 달쯤 전에 성 전 회장과 점심을 함께했다”며 “정치적으로 재기하고 싶다고 얘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유족들은 5일장을 치른 뒤 13일 성 전 회장의 부모 묘소 옆에 안장하기로 했다.

서산=신진호·한영익·김민관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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