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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 식당만이라도 먼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서 아는 일이겠으나 가장 불편하고 당혹하게 되는것이 음식의 선택이다. 별도의 안내인이 따르는 경우는 별문제가 없겠으나 낯선곳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막상 식사시간이 되면 어느 음식점엘 들어가 무엇올 시켜야할지 막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우리가 여행국의 식당과 음식에 관한 정보에 어두운 탓이지 결코 그 나라의 음식에 먹을만한 것이 없어서는 아니다.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의 안내를 받을 경우 어디 가서든지 그 지역 고유의 음식을 크게 비싼 지출을 하지 않고서도 즐길 수가 있는 것이 선진국들의 식문화현실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관광객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서슴 없이 안내해도 좋을 음식점과 마음놓고 권할 수 있는 음식이 몇가지나 될까. 물론 관광호텔이나 유흥식점으로 안내하면 문제는 간단하겠지만 외국관광객이 어디 다 일류만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인가. 결국 불고기에 김치 정도를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고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것도 맛은 고사하고 그 이전에 불결과 불쾌감읕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청결과 친절이 보장된 음식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울림픽식품 29가지」를 개발한다고 한다. 식품선정 기준을 보면 한국고유 전통식품, 외국관광객 기호에 맞는 식품, 국내정착이 가능한 식품, 염가의 간이식품등이다.
29개 품목의 식단을 보면 과연 우리 전통음식도 그 솜씨를 살리면 세계에 내놓아 부끄럽지 않을 맛과 품목의 다양성을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품목마다의 맛을 되찾을 솜씨가 현재 얼마만큼 전승되고 보존돼 있느냐가 문제다. 물론 일부 가정에서는 나름대로 대를 이어 내려오는 솜씨들이 있으리란 짐작은 어렵지 않겠으나 그것을 요식업소의 일반적인 식단으로 대중화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화학조미료의 보급과 인스턴트 식품의 일반화로 지역별 음식의 특성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을 되살리는 일은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요식업소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각 업소에 있는 조리사들에게 88올림픽 식품에 대한 조리교육을 실시하여 맛과 영양에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실제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식단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일과 함께 올림픽 술에 대한 연구·검토도 소홀히할 수 없다.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술이 많기는 하나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국주로서 손색이 없는 전통주가 아직 없음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문화의 저력을 과시하는 일이며 외화획득이란 면에서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고유의 음식과 술을 개발히는 일에 앞서 우선 시급한 과제는 음식점의 청결이다. 아무리 맛있는 산해진미가 쌓여 있어도 그 음식점의 환경이 불결하고 음식과 식탁에 대장균이 우글거린다면 만사휴의다. 하루종일 햇빛 한번 들지 않고 바퀴벌레가 들끓는가 하면 수세식 변소도 없고 쓰레기가 널려 있는 주방에서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이 나올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청결하고 친절한 분위기, 맛있고 부담없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식단의 정착은 비단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올바른 식문화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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