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육성증언 영상(18) “장도영 제거할 사람 나밖에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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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인터미션에 불을 켜니까 저 2층에 한 100 여 명 사병들이 죽 앉아 있드만. 근데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를 톡톡 치면 여기까지 있던 놈이 이만큼 들어와서 이것만. 그것도 나눠서 피더라고. 요래 가지고. 암만 그 놈을 보고 해도 나보다 다 인간적으로 인내심이 있는 놈들이야. ‘너는 뭐냐’ 하는 자학이 자꾸 들어. ‘에이 썅’ 하고. 2층으로 뛰어 올라갔지. 중위가 하나, 인솔장교가, 이름도 잊어버리지 않아. 기세훈이야. 전라남도에 기가가 많아. 거기 출신으로 일본 예비사관학교를 나와서 중위가 됐는데. 거기 가서 그랬지. “나 데려가 달라.” 보니까 육군사관학교 교도대 마크를 다 달았어. “나 13연대 있다가 도망 나온 놈인데 교도대로 나 데려다 달라. 입대 다시 해야겠다.” 그러니까 기세훈 중위가 그래. “너 잘 도망 갔어. 여기 있는 것들 인간 덜 된 애들이야. 잘 도망했다.” 그러고서 안 받아줘요. “나 여기서 안 받아주면 나 아주 타락해가지고 인간 포기할 경지가 될 지 모른다. 나 좀 데려다 달라.” 막 빌다시피 했어. 그랬더니 “정 그렇다면 가자.” 트럭 뒤에다 나를 싣고 교도대를 들어갔어. 태릉.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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