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황우석 교수와 국익을 위한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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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금 세계경제는 지식재산권 시장에 대한 과학기술과 기술외교의 격전장이다. 미국은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기술거래시장에서 450억 달러를 독식하고 있다. 한국은 땀흘려 이뤄낸 무역흑자 297억 달러 중에서 244억 달러를 일본의 지식재산권에 다시 되돌려 주고 있다. 과학기술에 관한 현재의 사고방식과 제도로 지식재산 세계경제 전쟁에서 과연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계적 줄기세포 연구자, 그리고 스타 과학자 1호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 이분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실패와 성공의 국가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을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선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과학기술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기초과학에서는 우수한 연구 성과가 바로 경제적 파급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국제 수준을 앞지르는 연구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업화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신약의 경우 길게는 10년 이상 각종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더 나아가 국제표준규격은 물론 안전과 윤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세계적 연구성과일수록 세계적 시각과 사고로 임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의 첨단 연구분야에는 연구 자체는 물론 연구 성과와 관련된 국제경제와 정치의 역학 관계에 대한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과학기술에도 세련된 외교적 센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번과 같은 논란을 예방할 수 있고, 또한 연구성과의 세계시장화도 성공할 수 있다. 세계적 기업의 연구개발 과정을 보면 총연구개발 인력의 30%가량이 연구행정, 외교 전문가, 사업 전문 변호사, 지재권 전문 변리사 등 전문가 전략팀을 구성하고 있는 예에서도 알 수 있다. 황 교수의 훌륭한 연구성과와 별개로 이를 국익 차원에서 사업화하려 했을 때 전문가 전략팀에 의한 국제협력전략도 이제는 필요한 때인 것이다.

셋째, 우리 정부도 하루빨리 국가 지식재산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의 세계특허통일법 추진, 일본의 지적재산입국(知的財産立國), 중국의 과교흥국(科敎興國) 등 지금 선진 강대국들 사이에는 지식재산 국가주의가 급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머리에서 생산되는 지식재산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정부정책.정부기구.관련 법제가 이를 조장할 수 있도록 상응하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황 교수 논란을 단순히 윤리성과 성과주의로 대처하기보다는 일보 후퇴.이보 전진의 국가적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 과학기술계는 비판을 위한 비판적 사고보다는 창조를 위한 창조적 사고로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은 감각적 사고보다는 과학적 사고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 과학기술계를 격려해야 한다. 정부는 지재권 경제시대에 정부 자체의 경쟁력을 갖도록 함으로써 국내적으로는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국외적으로는 연구개발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야말로 우리 모두 지식재산경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진정으로 황 교수와 국익을 위한다면 말이다.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전 과학기술처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