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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타미플루(AI 치료제) 개발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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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제약사들 간에 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 달 22일 일양약품이 타미플루 합성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에스텍파마.한미약품.종근당.신풍제약 등이 연달아 자체 생산한 타미플루 샘플을 내놨다. 타미플루는 다국적제약사 로슈가 처음 개발한 독감치료제로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AI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인정받았다.

제약업계 최대의 이슈로 떠오를 만큼 업체마다 타미플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정부 조달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달 초 국내 제약업체 중에 타미플루의 자체 생산능력을 갖춘 곳의 신청을 받고 오는 5일까지 제품 샘플과 제조 공정도 등을 제출케 했다. 전세계에서 AI가 동시다발적으로 창궐할 경우 로슈에서 구입할 수 있는 타미플루 물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까지 생산 의사를 밝힌 업체는 총 16곳이며, 이중 5곳은 실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업체들은 저마다 기존 로슈 제품보다 개량된 타미플루를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일양.신풍 등은 16단계나 거쳐야 했던 기존의 제조 공정을 대폭 줄였다. 종근당은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로 타미플루를 만들어내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대량생산 능력을 갖춘다 해도 당장 제품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16년까지 타미플루에 대한 로슈의 특허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법상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큰 질병이 번졌을 때 정부는 '강제실시권'을 발동, 특허권에 관계없이 국내 업체에 치료제 생산을 허가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 경우 정부가 일괄 구매할 약품 수량을 전국민의 20% 가량인 1000만 명 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타미플루 독점 공급업체로 지정된다면 강제실시권 발동때 그 경제적 수익이 막대할 뿐 아니라 국민 보건을 책임진 기업으로 홍보 효과도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팀 김용찬 팀장은 "국내에서도 타미플루 생산 능력을 갖춤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며 "제품의 효능과 경제성 등을 시간을 갖고 충분히 따져 본 뒤 최적의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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