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밀리면 끝난다 … 목표 늘린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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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연초 보수적으로 잡았던 올해 연간 내수·글로벌 판매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가 연간 판매 목표를 중도에 대폭 수정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내수와 해외 시장 모두 ‘더 이상 밀리면 끝장’이라는 분위기 속에 내놓은 자기 다짐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상황은 위급하다.

 올 1분기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37.7%로 예상치(40%)를 크게 밑돌았다. 해외 시장 역시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 등 경쟁사들이 엔화 약세(엔저)와 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는 바람에 판매가 주춤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내수 시장 판매 목표치를 당초 69만 대보다 3만 대 더 많은 72만 대, 글로벌 시장은 505만 대에서 5만 대 더 많은 510만 대를 팔기로 연간 판매 계획을 새로 짰다. 시장 점유율 목표도 끌어올렸다. 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하는 국내 시장에선 연초 계획했던 시장 점유율 41%를 지키고, 미국에서도 2011년 달성했던 시장 점유율 5.1%와 맞먹는 5%를 새로 내걸었다.

 특히 정의선(45) 현대차 부회장이 “지금은 비상상황”이라고 말할 정도로 위기감을 갖고 있는 내수 시장에 대한 ‘액션 플랜’도 구체화했다. 형제 회사인 기아차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의 연간 판매 계획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와 미니밴 ‘카니발’의 잠재 소비자를 현대 ‘싼타페’와 대형 SUV ‘맥스크루즈’로 선회시키고, 대표 차종인 ‘LF쏘나타’는 올 6월 출시 예정인 ‘신형 K5’에 맞서 월 평균 8000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 포함돼 있다.

 현대차에 대한 ‘안티 팬’이 많은 국내 20∼3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집중 마케팅을 실시한다. 현대차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대 고객의 현대차 선호도는 22%에 그친 반면 독일 메이커인 메르세데스-벤츠는 58%, BMW는 52%, 폴크스바겐(아우디 포함)은 40%였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관계자는 “‘엔트리 카(첫 차)’로 현대차 대신 수입차를 선택하는 30대들은 앞으로도 계속 현대차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젊은 고객들이 가진 오해를 풀 수 있다면 소비자 앞에서 미국 판매 차량과 내수 차량을 실제 분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안티 소비자들을 ‘집중 케어’하는 부서도 따로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국내영업본부에 신설한 국내커뮤니케이션실이다. 지난달 27일 인터넷 동호회 ‘보배드림’ 회원 40명을 대상으로 신차 ‘i40’ 시승회를 개최한 부서도 바로 이곳이다. 또 서울모터쇼 기간 동안 현대차 엔지니어와 카 매니어들이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테크토크’를 기획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시장에서 ‘제값 받기’에 치중했던 현대차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방향을 확 틀었다.

 특히 지난해 1640달러 정도였던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금액을 2500달러 수준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전면적 공세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이 2011년 5.1%를 정점으로 2012년 4.9%, 2013년 4.6%, 지난해 4.4%까지 떨어진 까닭이다. 주력 모델인 쏘나타를 사려는 미국 소비자들의 경우 할부 금리로 1.9%를 선택하면 72개월 할부에 500달러를 보너스로 받는다. 엔저 효과를 누리고 있는 도요타가 중형 세단 ‘캠리’에 같은 조건으로 12개월 짧은 60개월 할부만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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