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오너들, 비주력 계열사 경영에서 빠지는 추세

중앙일보

입력

롯데그룹의 오너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에서 연이어 물러나고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27일자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고 7일 공시했다. 전동석 코리아세븐 경영지원부문장이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자리를 물려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중대한 결정이 필요한 계열사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선 6일에는 롯데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대홍기획이 공시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25일자로 사내이사직을 그만 뒀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을 20년 넘게 수행해온 김성회 비서실장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홍기획 사내이사 가운데 오너 일가는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만 남았다. 신 이사장은 대홍기획의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대홍기획 비등기 상무이사에서 사임한 바 있다.

대홍기획은 롯데쇼핑이 지분 3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롯데장학재단(21%), 호텔롯데(12.76%), 롯데리아(12.50%), 롯데푸드(10%)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롯데그룹의 비주력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서 오너 일가가 빠지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신 총괄회장은 2013년 11월 롯데정보통신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롯데로지스틱스 기타 비상무이사직을 그만 뒀다. 당시 신영자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도 나란히 사임했다. 롯데리아 등기임원직에서도 물러났다.

둘째 아들인 신 회장 또한 지난해 롯데리아와 롯데로지스틱스, 롯데닷컴 사내이사를 사임한 바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주력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는 이름을 올리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신 회장은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사내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 측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이지만,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건설·롯데케미칼 등 롯데의 핵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격이라는 점에서 지배구조 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