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바다 친구들의 추억 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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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화계의 새로운 경향 두 가지.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알린다는 것이고 둘째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요즘 종합 베스트셀러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파페포포 메모리즈'를 꼽을 수 있다.

'마린 블루스'(학산출판사)역시 이 두 가지 경향에 충실한 작품이다. 이 만화는 작가인 정철연(24)씨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marineblues.net)에 그린 일기다.

서울에서 태어나 10세 때 포항으로 이사한 뒤 바다에 정체성의 뿌리를 둔 작가의 감수성은 주인공 성게군을 비롯해 불가사리군, 선인장양, 감기군 등 다양한 해산물과 식물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헤어진 애인과의 추억을 잊을 듯 못 잊을 듯 감싸안고 가는 성게군의 모습은 첫사랑의 상처를 지닌 모든 이의 추억을 툭툭 건드린다.

하지만 '마린 블루스'의 미덕은 자칫 감상에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칙칙하지 않은 특유의 명랑함으로 펼친 데 있다. 비록 슬픈 색조를 띠고 있을지언정 성게군은 애써 유쾌하게 말한다.

"자, 자, 그래도 인생이란 즐겁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 부드러운 생기가 넘치는 캐릭터들이 엮어가는 솔직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 덕분에 작가는 야후코리아 선정 2002년 '베스트 오브 베스트' 개인홈페이지 부문 대상을 받았다. 2백쪽. 8천5백원.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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