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관심끌기용 미사일 도발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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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한이 지난 1일부터 서해와 동해상에 항공기와 선박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주의를 기하도록 하는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6일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서해안과 동해안 일부 구역에 국가경보기간을 설정했다”며 “국가경보기간은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항행금지기간이 얼마 동안인지는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통상 위도와 경도의 분, 초 단위까지 공개하는 것과 달리 구체적인 지역도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놓고도 국제해사기구(IMO)나 주변국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해에도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15일)을 앞두고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했지만 군사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보 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나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고 보고 집중감시에 들어갔다. 이란 핵문제가 해결되자 자신들의 핵무기 공격 수단을 과시하기 위해 노동이나 무수단 등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2009년과 2013년엔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한 뒤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쐈다. 이번에도 대동강 입구인 남포 북쪽 서해안 지역을 항행금지구역에 포함시킨 건 서해에서 동해 쪽으로 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특히 9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예정돼 있어 이 기회를 이용해 군사적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능력 과시 또는 국제사회의 관심끌기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구체적인 내용 없이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 자체가 ‘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올 들어서만 일곱 차례 발사한 500㎞ 이하 단거리가 아니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서해의 동창리나 동해의 무수단리 등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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