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칼럼] 지식 경제로 가는 중동, 한국엔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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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모하메드 알 투와즈리
HSBC 중동 및
북아프리카 CEO

지난 반세기 동안, 중동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초석 역할을 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운송, 건설, 기술 분야는 앞으로 중동이 석유 기반을 뛰어 넘어 경제발전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과 중동과의 관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7세기 아랍 상인들이 처음 한반도에서 무역 거래를 했고, 이들은 당시 한반도를 지배했던 고려를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렸다. 1961년에 취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그 다음해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의 외교 수립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한국과 중동간 협력은 매우 활발하다. 오늘날 사우디 아라비아는 한국의 4대 교역 상대국, 한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5대 교역 상대국이다. 1975년 한국의 기술력으로 아랍 에미레이트 아부다비섬에 교량이 건설되었다. 이로부터 30여년 후 삼성이 두바이에 부르즈 할리파라고 불리는 162층짜리 세계 최고층 빌딩을 시공했다.

 오늘날에도 과거 못지 않은 야심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레이트에 2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을 최초로 건설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최초 아랍 국가가 되고자 하는 아랍에미레이트의 목표 실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카타르는 2022년 FIFA 월드컵의 자국 개최를 앞두고 약 2천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인프라 건설에 전문성을 가진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쿠웨이트 또한 2035년까지 중동지역의 무역 및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5개분야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 중 첫번째는 1,160억 달러의 지하철 및 철도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이다. 포스코는 3월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와 파트너쉽을 맺고 건설 및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인 협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알루미늄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자동차 제조 산업단지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석유 기반의 경제를 다변화하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집트의 경제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밝게 빛나고 있다. 이번 달 샴 알-셰이크의 (Sharm Al-Sheikh) 홍해 리조트 타운에서 개최된 ‘이집트의 미래’ 서밋은 이집트 경제 핵심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행사에는 2,000여명의 대표단과 국가 수반, 그리고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는데, 한국에서는 30명의 정부 대표단 및 기업가들이 참석했다.

 지식기반 경제 구축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과 한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는 신산업 기술, 지식 및 노하우 분야까지 확대 발전될 전망이다. 기업과 산업이 공급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500년 전 아랍 상인들은 페르시아 자기와 진주를 가져와 한국의 금과 비취를 얻었지만, 오늘날의 긴밀한 한-중동 관계는 이를 못지 않은 충분한 잠재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모하메드 알 투와즈리 HSBC 중동 및 북아프리카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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