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통하는 증시 신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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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부와 업계가 증시의 체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각종 금융상품들이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지수펀드(ETF).적립식 펀드.주가지수연계증권(ELS).ELS펀드 등 새로운 금융상품이 속속 도입됐다. 이들 대부분은 4백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증시 체질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들이다.

업계의 수익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증권.투신업계도 상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정부와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이들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이 미미해 주식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증권.투신업계의 수익성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ELS는 원금의 대부분을 국공채에 투자하고, 이자 또는 원금의 일정 부분만 주식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익은 주가지수가 얼마나 상승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은행이 판매하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 투신권의 ELS펀드도 비슷한 상품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ELD를 포함한 ELS 관련 상품에 돈이 많이 몰리면 주식시장을 간접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의 경우 실적이 저조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 공모분은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납입기일이 끝난 23건 1조2천6백25억원 가운데 실제로 청약된 것은 3천17억원으로 청약 비율은 23.9%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최근 판매한 ELS 8호와 9호는 각 5백억원 모집에 청약실적이 91억원과 71억원에 머물렀다.

동원증권 이성재 차장은 "ELS의 판매실적이 부진한 것은 은행의 ELD에 비해 늦게 출시된 데다 ELD와 달리 예금보호가 안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ELD가 잘 나가는 것도 아니다. ELD의 경우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이달 중순까지 4조5천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판매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또 투신권의 ELS펀드도 3월 이후 94개 상품이 출시됐지만 펀드당 잔액은 1백6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ELS 관련 상품의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은 증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신사가 만들어 은행.증권사가 판매하는 적립식 펀드는 소액을 조금씩 모아 장기간 투자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적은 별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소비자들이 간접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도입된 ETF도 이 같은 사정은 비슷하다. ETF란 펀드에 코스피200 또는 코스피50에 포함되는 종목을 편입시킨 뒤 이를 주식시장에 상장 또는 등록시켜 주권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증권이 상장시킨 코덱스200의 주권을 사면 코스피200에 포함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두 종목은 올들어 자산이 증가하는 등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코스피50에 맞춰진 두 종목의 경우 자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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