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거래소 시장 등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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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 22일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갑작스러운 주가지수선물 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오전까지만 해도 선물을 사던 외국인들은 오후 들어 한시간 동안 6천계약을 팔았다.

이 여파로 선물 가격이 떨어졌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현물 주식을 파는 프로그램 매도가 일어나면서 종합주가지수 역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날 뚜렷한 악재가 없었던 만큼 외국인 선물 매도를 투기성 짙은 거래로 분석했다.

최근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처럼 외국인들의 선물 거래와 프로그램 매매가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로 인한 주가 변동폭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거래소 시장을 외면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청산될 경우 시장에 대규모 물량 압박을 줄 것으로 우려됐던 (프로그램)매수차익거래잔고는 연이은 프로그램 매도로 지난 15일 1조3천억원에서 일주일 동안 9천억원대로 줄었다. 그러나 최근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 강화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매물 부담이 남아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아직 보름이나 남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6월 12일)을 감안할 때 외국인 선물 매매에 좌우되는 반쪽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을 직접 받는 '코스피 200'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동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카드채.경기회복 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6월 만기일 전까지 추가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고, 만기 이후에도 최대 7천억원 이상의 차익거래잔고를 떠안고 갈 경우 계속 시장 수급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현대증권 김준호 연구원은 "청산되는 물량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장중 선물 강세에 따른 신규 프로그램 매수도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3일 600선까지 밀리던 종합주가지수는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610선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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