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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특수요원 출신 특무교관" 거짓말로 겁주고 성폭행한 30대 징역 7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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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35)씨는 지난해 2월 소개로 만난 A(30ㆍ여)씨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내 집에서는 절대 지문을 남기면 안된다. 내가 지정하는 자리에만 앉아야 하고 불을 켤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국가를 위해 북파된 자랑스러운 특수공작대 OOO 특무교관’이라고 새겨진 비석사진, 군인 훈련 사진 등을 저장해 놓고 다녔다. 왼팔에는 'H.I.D'(국군정보사령부의 옛 명칭)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A씨에게 ‘난 특수부대 출신 특수요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국군 정보사령부 무술 교관’이라고 속였다. 김씨는 자신의 집에서 A씨를 협박해 강간하고 폭행했다.

이후엔 컴퓨터에 저장된 테러 동영상을 보여주며 겁을 주었다. 남성 2명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을 손과 목을 자르는 잔인한 영상이었다. 김씨는 ”동영상 속 검은색 마스크를 한 사람이 나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A씨 가족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통화한 후 번호를 삭제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는 등의 수칙을 적은 메모를 주고 지키도록 강요했다. 비슷한 상황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A씨는 28일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상까지 당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신분을 위장하고 피해자의 가족을 볼모삼아 두려움을 심어준 뒤 피해자를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대상으로 삼았다”며 “그런데도 피해자 탓을 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가 김씨를 몹시 두려워하고 있고 법정 증언을 하면서 실신까지 한 점도 엄벌의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김씨는 항소심 재판을 받으면서 대폭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이원형)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죄책이 매우 무거운데도 김씨는 ‘A씨와 사귀는 사이였는데 나를 무고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역 12년은 김씨에게 적용된 죄의 권고 형량범위인 징역 4년 이상보다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해 감형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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