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산림 보호에서 산림 관리로 넘어가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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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일은 식목일이다. 1946년 미군정청이 식목일을 지정한 이래 올해로 70번째를 맞는다. 그동안 한국의 산림녹화 사업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기적을 이룩했다. 식민지배와 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해진 민둥산들은 이제 빽빽한 푸른 숲으로 바뀌었다. 사막이나 다름없던 포항시 영일만 일대 4538㏊를 울창한 산림으로 만든 ‘오도리 사방사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일제도 포기했던 사업을 73년부터 5년간 연인원 360만 명이 전쟁하듯 달려들어 성공시켰다. 해외의 수많은 관계자들이 벤치마킹하러 올 만큼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모범이 됐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산림정책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 무조건 심기만 할 게 아니라 효용과 경제성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할 시점이다. 임업진흥원이 최근 강원지역 산림을 조사한 결과 62%가 과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보호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간벌과 벌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림은 주기적으로 간벌·벌목하지 않으면 그 효용이 떨어진다. 이미 한국의 숲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수목 나이가 30년 이하인 국내 산림 면적은 95년 560만㏊에서 2010년 200만㏊로 65%나 줄어들었다. 반면 31년 이상 수목 면적은 같은 기간에 5배 넘게 증가했다. 늙어버린 숲은 탄소 흡수력과 수자원 저장 능력이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벌목비율을 5%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오래된 나무들은 베어내 자원으로 활용하고, 그 자리엔 환경과 경제성을 고려한 새 수종을 심어 숲의 ‘세대 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잦은 산불도 치명적이다. 최근 5년간 해마다 평균 3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올 들어 극심한 가뭄으로 산불 발생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 식목일이 있는 4월은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10년 전 수백 년 된 숲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도 양양 산불도 식목일과 한식 기간에 일어났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소나무를 말라죽이는 재선충에 대한 방제 대책도 시급하다. 지난 1년 새 160만 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에 걸려 죽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에서 소나무가 멸종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소나무를 식목수종에서 아예 퇴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소극적인 방식으론 소나무 숲을 지킬 수 없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협력해 특별법 제정 등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우리의 경험은 사막화가 진행되는 몽골, 산림 파괴가 심각한 아세안 국가는 물론 북한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산림은 무분별한 개간과 벌목으로 더욱 황폐해졌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나쁘더라도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산림 복구를 도와야 한다. 북한의 숲이 살아나야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도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