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겨서 걱정 '1급 관심사자' 구자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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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둥이 아빠' 배우 송일국이 야구를 한다? 프로야구 삼성의 내야수 구자욱(22)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날씬한 송일국'으로 통한다. 짙은 눈썹과 선한 눈매가 송일국과 닮았다. 1m89㎝-75㎏의 몸매는 균형까지 잘 잡혀 있다. 스타성이 있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잘 생겨서' 삼성 구단이 걱정한다고 한다. 류중일(52) 삼성 감독은 "구자욱은 1급 관심사병"이라고 했다. 이성의 유혹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 구자욱을 항상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자욱의 가치는 외모에만 있지 않다. 스프링캠프부터 맹타를 휘둘러 주목받았다.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 지금까지 네 경기에서 타율 0.313(16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이다. 지난 1일 수원 kt전에서는 1군 데뷔 후 첫 홈런까지 쏘아올렸다. 구자욱은 벌써 2015년 프로야구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구자욱은 어렸을 때 세 살 터울의 형을 따라 축구를 시작했다. 영 소질이 없다고 판단해 골프채를 잡기도 했지만 골프공보다 야구공을 치는 걸 더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야구장에만 가면 무섭게 집중했다. 그만큼 실력이 쑥쑥 늘었다. 대구고를 졸업한 구자욱은 지난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1년간 2군 무대인 퓨처스리그에서 뛰다 2013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해 지난해 말 제대했다.

그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격왕(타율 0.354)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초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38타수 18안타(타율 0.474)를 때렸다. 류 감독은 그를 전지훈련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구자욱의 기세는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류 감독은 구자욱의 타격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칭찬했다. 정확한 타격을 하는 타자이면서 파워도 만만치 않다. 키가 크지만 발도 빠르다. 스프링캠프에서 때린 안타 18개 가운데 3개가 내야안타였다. 정규시즌 네 경기에서 도루 2개를 성공했다.
지금까지 구자욱은 운이 좋았다. 그의 원래 포지션은 3루수인데, 삼성 핫코너는 특급 3루수 박석민(30)이 지키고 있다. 류 감독은 구자욱의 포지션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무릎 부상으로 재활훈련 중인 채태인(33) 대신 1루수로 뛰고 있다. 채태인이 이달 말 복귀하면 구자욱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래도 류 감독은 구자욱을 밀어줄 생각이다. 그는 "구자욱이 계속 좋은 타격을 보이면 난 (구자욱을) 쓸 것이다"고 말했다. 채태인이 돌아오면 구자욱은 외야수로 이동할 수도 있다. 좌익수 최형우(32)와 우익수 박한이(36)의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박해민(25)과 구자욱이 번갈아 중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타격이 좋은 구자욱이 여러 포지션을 경험하는 건 좋은 기회다. 내·외야 수비를 다 볼 수 있는 SK 박정권처럼 성장한다면 팀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팬들은 구자욱의 포지션보다 다른 것을 더 걱정한다. 그의 '삼적화(三適化)'다. 삼성과 최적화의 합성어인 삼적화는 곱상하게 생긴 선수가 삼성에 입단하면 외모가 짐승처럼 변한다는 것이다. 삼성 2군 구장인 경산볼파크 식당의 음식이 워낙 잘 나와 많이 먹다 보니 살이 찌면서 삼적화가 진행된다는 해석도 있다.

장원삼과 안지만(이상 32) 등이 대표적인 삼적화 선수들이다. 장원삼은 현대 시절 날렵한 턱선이 보이는 꽃미남이었지만 2010년 삼성으로 이적한 후 살이 찌고 덥수룩하게 수염까지 길러 영락없는 아저씨가 됐다. 안지만도 계속 체중이 늘어난 경우다. 삼성 팬들은 "KBO 리그 최고의 외모가 삼적화하면 안 된다"고 걱정한다. 구자욱은 "야구만 잘할 수 있다면 삼적화가 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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