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헤알화,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한국인 발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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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재연인가. 브라질 헤알화 값이 가파르게 추락했다. 2일 헤알화는 246.15원에 거래됐다. 2010년 7월치(693원)와 견주면 49% 정도 추락했다. 이웃 나라인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2001년 전후 52% 정도 추락한 것과 아주 비슷하다.

로이터 통신은 외환 전문가의 말을 빌려 “헤알화 값은 정치와 경제 변수가 함께 작용하고 있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바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추락과 페트로브라스 뇌물 스캔들이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경영자들이 뿌린 뇌물이 현 집권세력에 전달된 정황이 드러나 최근 수백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경제가 시원찮은 와중에 정치 리더십 위기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신흥국 현상이다. 그 바람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면 남미에서 위기를 맞을 두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또 다른 하나는 베네수엘라다.

헤알화 값 하락은 바다 건너편 이야기가 아니다. 적잖은 국내 투자자들이 브라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말까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브라질 채권이 6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이날 전했다. 이들은 헤알화 값이 가파르게 오른 2007~2010년 새에 브라질 채권을 사들였다.

블룸버그는 “헤알화 값이 떨어지면 브라질 채권 수익률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요즘 브라질 10년 만기 국채 금리(만기 수익률)는 13% 수준이다. 유럽 주요국의 채권 수익률이 1~2%인 점에 비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각종 투자 비용과 환차손을 감안하면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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