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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에게 듣는다④ MIKTA 주재 대사 "AIIB 한-호 찰떡공조, 믹타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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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주도한 중견국협의체 믹타(MIKTA) 회원국에 주재하는 대사들이 ‘믹타 효과’를 논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방한한 계기에 1일 열린 합동좌담회에서다. 믹타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의 영문 국가명 앞글자를 딴 것으로 비슷한 경제규모와 가치를 공유하는 중견국들이 국제 이슈에 공동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3년 9월 창설됐다.

김봉현 주호주 대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호주가 긴밀하게 협의했다. 이해관계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믹타 회원국으로서 공동대처하자는 측면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사는 “저도 호주(정부)측과 계속 협의했고, 주한 호주 대사도 마찬가지였다. 양국 외교장관 간에도 협의를 했다”고 했다. 특히 “정상 간에도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이를 보며 같은 믹타 회원국이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전화 등으로 직접 소통을 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호주에서 주요20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도 양국 정상은 각별했다고 한다. 김 대사는 “호주가 자리 배치나 숙소 문제 등 의전적인 부분에서 박 대통령에게 많은 배려를 해줬다. 다른 나라에서 보기엔 왜 한국에만 특혜를 주느냐고 느낄 정도로 특별한 예우를 했다”고 말했다.

조태영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인도네시아가 한국에게 서운해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비자 문제”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가면 도착비자를 주는데, 한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이에 인도네시아쪽이 ‘우리한테 그런것도 안해주느냐’고 섭섭한 감정을 토로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가 무비자 대상국 확대를 검토하는데, 아직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포함시키는 것은 믹타 국가라는 것도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가 들어간다면 믹타를 하면서 얻는 이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지난해 12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인도네시아를 방문, 조코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는 조코위 대통령이 취임한지 불과 두달 뒤로, 10월과 11월 잇따른 다자정상회의 참석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조 대사는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바로 믹타를 주제로 꺼내며 화답해 조금 놀랐다. 미리 정보를 공유하거나 의제 세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또 국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믹타를 주지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믹타 5개국 외교관들의 관계는 벌써 많이 긴밀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당장은 아니지만, 영사문제 등 국민이 체감하는 혜택을 보는 단계로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윤수 주터키 대사도 “지난 1월 신임장을 제정할 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먼저 믹타를 언급했다. 이후 외교부 고위 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터키 국회의장을 예방할 때도 믹타의 발전과 성공을 당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더라”고 전했다. “사실 직급이 높은 고위 인사들을 만날 때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기껏 해야 의제 두세개를 논할 뿐인데 그쪽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믹타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면서다.

조 대사는 “터키의 핵심 외교정책 중 하나가 대외관계에서 터키의 역량, 목소리를 확대하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믹타를 좋은 메커니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 정치 지도자의 의지가 강한 만큼 발전해나갈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믹타가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외교장관회의를 연 3회나 했고 차관보급이 참석하는 고위급회의도 열리는 등 짧은 기간 안에 메커니즘이 탄탄하게 구축돼 가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의제를 개발하는 동력, 엔진은 장착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임 대사로 멕시코에 부임하게 된 전비호 대사는 “멕시코는 중남미의 대국 중 하나로 칠레, 페루, 콜롬비아와 함께 중남미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멕시코는 여기에 믹타 국가들과 협력해 무역과 투자 활성화 등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사는 “믹타는 G20 국가 중에 G7도 아니고, 브릭스에도 포함되지 않는 나라들이 똘똘 뭉친 것으로 다섯 나라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인구에선 7%, GDP는 7.5%, 교역은 8.5%”라며 “세계에서 7~8%의 국제적 비중을 가진 나라들이 만든 협의체인 만큼 발전의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7월 한국의 제의로 서울에서 믹타 국회의장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 대사는 “이렇게 되면 행정부 차원, 외교부 차원 뿐 아니라 의회 차원에서도 정치적인 힘을 더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5월 서울에서 열리는 믹타 외교장관회의와 관련, 김봉현 호주 대사는 “국제사회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제를 끌어낼 수 있겠느냐를 보는 게 좋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믹타는 국제사회에서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국제사회가 새로운 변화의 전환점에 와 있다는 방증”이라며 “따라서 믹타가 기존 기구들의 행동양식을 따라간다면 차별성이 없다. 의제 선도 측면에 있어서는 유엔과도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5개국이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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