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영 주미 대사 "美 역사문제 인식 명확 … 자신감 가져도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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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조야에서는 한일 간 역사문제에 대해 대단히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다. 현지에서 관찰한 바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본다.”

안호영 주미 한국 대사는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만나 이처럼 말했다. 한일관계, 한미관계 현안을 두루 짚은 그의 간담회 답변을 정리했다.

“오바마 ‘위안부 쇼킹’ 발언과 다른 말 하는 미 행정부 당국자 없어”

미 행정부와 의회, 학계, 언론 어느 하나를 보더라도 한일 간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견고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현지에서의 저의 관찰이다. 지난해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일관계 관련 질문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먼저 할 일은 공정하고 정직하게 과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끔찍하고 충격적”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그 이상 강한 표현을 쓰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리고 차관보가 됐든, 실무자가 됐든, 한일간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발언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6월 일본에서 고노담화를 검증하는 위원회를 만들었을 때는 미국 국회의원 18명이 주미 일본 대사에게 연명서한을 보냈다. (고노담화 검증은)한일 간 역사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학계를 보면, 일본에서 역사 교과서의 위안부 기술을 바꿔달라고 하자 미 역사협회 소속 학자 19명이 연명서를 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년 동안 (일본의)역사 수정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와 사설을 셀 수 없이 많이 냈다. 역사 문제에서는 이처럼 워싱턴 조야가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관심을 갖다보면, 노심초사가 지나쳐서 기우를 하면 오히려 지금 (워싱턴에는) 없는 피로감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미국이 일본, 호주, 나토와의 관계 중시한다고 한국 중요성 낮아지지 않아”

미국의 제일 큰 외교목표는 계속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인데, 다른 나라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다른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동맹국들이다. 대서양 넘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태평양 건너서 보면 한국과 일본과 호주다. 전략적인 동맹국인 한국의 중요성을 대단히 높게 본다. 미국의 국익에 있어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처럼 나토, 호주,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면 우리 외교에 굉장히 불리한 것처럼 보지만, 나토나 호주와 관계를 강화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영향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 않느냐.

미국이 맹방들과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분야에서 노력해나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전후 70주년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것은 일본이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호주, 나토와도 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 의회 연설, 세계시민 기대에 부응해주길”

사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 연설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하지만 말했듯,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들은 조약에 의한 동맹국들이다. 한국과 나토, 호주, 일본 등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의 총리가 와서 의회 연설을 요청했을 때 미국이 국익에 따라 어떤 판단을 할까.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연설에서 의미있는 발언을 내놓을지는 아베 총리 본인께 여쭤봐야겠지만, 상식 선에서 말하자면 역사는 공정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해결되지, 미화한다고 해결되는 것이다. 대단히 귀중한 시기에, 귀중한 기회를 갖게 되는 지도자가 이런 세계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미국도 (이를 위해)대단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옆에서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미국이 그런 역할을 더욱 우리와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사드, AIIB는 국익 고려해 주도적 판단할 사안”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에 공통점이 있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하고 AIIB가 그런 역할을 하면 긍정적이겠지만, AIIB는 지배구조 개선 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두가지 공통된 인식을 갖고 중국과 계속 협의했다. 그 사이 중국의 제안이 이렇게 저렇게 개선돼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참여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우리와 호주, 미국은 똑같은 관찰을 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했고, 아직 그 관찰과 협의와 판단을 해야 할 시기에 있다. 국익에 기초해서 주도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 생각한다.

(오늘 방한한)마틴 뎀시 미 합참의장이 와서 우리측 인사들을 만났을 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논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사드와 관련해 책임있는 당국자들은 대단히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방문제에 관여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어떻게 보기엔 괴리가 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가 (미국측에서)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AIIB처럼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대응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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