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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탁아방, 유모차 주차장 필요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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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공립 공연장에 영·유아를 돌봐 주는 시설을 만들어 주세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면 육아의 어려움이 한결 줄어들 겁니다.” 김화중(46·인천시 남동구)씨가 여성가족부에 제안한 내용이다. 세 자녀를 둔 아버지인 김씨는 “일본에서는 공연 시간 동안 36개월 이하 어린이도 돌봐 주는 공연장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어리면 공연장이나 식당을 이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해야 하는 부모들의 답답함을 해소해 주면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가부는 1일 김씨를 비롯한 국민 8명이 내놓은 정책 아이디어를 우수 제안으로 선정했다. 여가부의 대국민 정책 공모는 지난해에 시작됐다. 국민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출산과 양성평등의 저해요인을 찾아낸다는 취지다. 올해는 지난 2월 ▶일·가정 양립 ▶양성평등 조직문화 조성 ▶생활체감형 등 3개 분야로 나눠 공모한 결과 57건이 접수됐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그중에서 우수상 3건과 장려상 5건을 뽑았다.

 시민 제안에는 생활밀착형이 많았다. 교사인 정지원(28)씨는 남녀 공용으로 쓰는 유치원 화장실의 남아용 소변기 주변 가림막 설치를 제안해 장려상을 받았다. 현재는 누리과정 화장실 환경지침에 좌변기나 소변기 설치에 관한 규정이 없다. 정씨는 “요즘 아이들은 과거보다 발달이 빨라 남자아이들의 성기가 또래 여자아이들이나 성인의 시선에 노출되기 쉽다. 어린이 성폭력과 학대 예방, 유아 인권 존중 차원에서 가림막이나 커튼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봉(39·서울 영등포구)씨는 보건소와 같은 공공기관에 유모차 주차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씨는 “예방주사를 맞히러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보건소에 자주 가는데 유모차 둘 곳이 없어 차량·자전거·유모차가 뒤엉켜 주차장이 혼잡하고 위험하다. 유모차 주차 선만 그려놓아도 질서가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수준의 제안도 있었다. 한 응모자는 저소득 아동 지원사업을 할 때 성별을 고려한 비만예방·교통안전교육 실시를 주장했다. 비만율, 교통사고율, 인터넷·게임 중독 현상 등이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므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저소득층 여자 어린이가 남자 어린이보다 비만과 과체중에 속하는 비율이 뚜렷하게 높고, 보행 중 교통사고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평균 51% 더 당한다”면서 “빈곤아동 지원사업을 할 때 성별을 구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빠와 자녀가 함께 박물관·도서관을 이용하면 무료 입장, 도서대여 권수 확대 등의 혜택을 줘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여가부는 선정된 우수 제안을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연구·분석한 뒤 정책 실현 가능성과 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면 해당 부처와 기관에 시행을 권고할 계획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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