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 알바소녀, 중국 최고의 여성갑부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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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꿈을 키우던 촹커(創客·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창업자)가 중국 제1의 여성 부호로 올라섰다. 강화유리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란쓰과기(렌즈 테크놀로지)의 창업자겸 회장인 저우췬페이(周群飛·45·여·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란쓰과기는 지난달 18일 중국판 코스닥 시장인 선전(深?) 증시 ‘창업판’(創業板)에 상장한 뒤 9영업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저우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420억 위안(약 7조3000억원). 이로써 포브스가 공인한 재산 랭킹 1위 여성이던 천리화(陳麗華) 푸화(富華)회장을 따돌렸다. 주식 시장의 예상대로 현재 70.98위안(약 1만2600원)인 주가는 150위안대까지 오르면 저우의 재산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970년 후난(湖南)성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저우는 80년대 말 부모를 따라 광둥(廣東)으로 이주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선전의 유리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했다. 출납장부에 영수증을 붙이며 숫자를 옮겨 적는 허드렛일이 그의 업무였다. 화물차 운전과 세관통관원 자격증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야간대학에 다니며 회계와 경영을 공부했다.

 억척스런 20대를 보낸 저우는 33세이던 2003년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손목시계용 유리가 그의 첫 생산품이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회사와 같은 업종인 시계 유리 공장을 차린 것이다.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집을 팔기를 두어 차례. 하지만 그는 부단히 주력 상품을 바꿔 가며 시장 흐름을 따라잡았다. 저우가 지금까지 창업한 업체 수는 11개에 이른다. 현재 란쓰의 주력 업종은 스마트폰의 필수부품인 강화유리다.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50%를 넘고, 특히 애플은 80% 이상 란쓰 제품을 쓴다. 삼성·LG도 그의 주요 고객이다. 저우는 지금은 8만 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경영인이지만 그에 관한 보도엔 항상 ‘알바소녀’란 뜻의 ‘다궁메이’(打工妹)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저우는 “회사를 일으켜 세운 날들을 돌이켜보면 심산혈루(心酸血淚·심장이 쓰리고 피눈물을 흘림)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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