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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찾아가기] 경영 컨설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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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는 적게는 2명, 많게는 10명이 한 팀으로 수개월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들이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청소년이 선망하는 직업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진로 찾아가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직업 현장을 찾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길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중고생 눈높이에 맞춰 알려드립니다. 27회는 경영 컨설턴트 입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한국 내 전자상거래 업체인 ‘11번가’와 ‘옥션’의 예상 대응, 아마존의 장점과 한국 시장 진출에 따른 이익 등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조사와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바로 경영 컨설팅의 역할이 있다. 경영 컨설턴트는 ‘기업의 주치의’ 혹은 ‘기업의 과외 교사’로 불린다. 제3자로서 기업의 경영을 진단하고 조언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0년 후 가장 유망한 직업 1위(2013년 발표)로 경영 컨설턴트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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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시장을 예측하는 사람

경영 컨설턴트(이하 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기업의 어려운 의사 결정을 도와주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 김도균 파트너는 컨설턴트를 ‘기업의 과외 교사’라고 칭했다.

 “성적이 나쁜 학생들만 과외를 하는 건 아니죠.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하고 싶을 때, 빠른 시간 안에 성적을 올려야 할 때, 문제 푸는 더 나은 방법을 알고 싶을 때, 다른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배우거나 최신 문제 출제 경향을 알고 싶을 때 등 다양한 이유로 과외를 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몰랐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외 선진 기업들의 문제 해결 방식을 배우기 위해 등의 이유로 컨설팅을 받습니다.”

 컨설턴트의 업무 영역은 크게 기업의 경영 전략을 세우는 전략 컨설팅, 기업의 자금 흐름과 자금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한 재무 컨설팅, 기업의 중요 자원인 인적 자원을 어떻게 구성하고 활용하는가에 대한 인적 컨설팅, 정보기술 분야 전반에 대해 자문하는 IT 컨설팅으로 나뉜다.

 베인앤드컴퍼니 김정수 파트너는 “다양한 기업의 각기 다른 요구와 고민을 산업별·기능별로 나눠 자문한다”며 “기업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자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라는 통신사에서 가입 회원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자문해 달라고 의뢰했다고 가정하자. 이 때 컨설턴트는 ‘가족 모두 가입하면 할인해 준다’는 전략을 세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당장 눈앞의 수익은 낮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입 후에는 타사로의 이탈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 손해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전화나 IPTV 같은 관련 제품으로의 고객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김정수 파트너는 “전략을 세울 땐 그 전략으로 인해 원하는 효과가 나올지, 고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여기엔 과학적인 방법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이럴 것이다’라는 가설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근거와 전문가적 시각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컨설턴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자문을 의뢰한 기업의 고민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IBM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최원훈 상무(파트너)는 “의사나 약사는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어라’고 처방할 수 있지만 경영엔 그렇게 정해진 답이 없다”며 “통찰력과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없으면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가령 디지털 카메라 등장 초기, 필름 제조 기업들은 앞으로 사진 인화 사업이 호황을 누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진을 볼 수 있는 TV, 노트북, 휴대전화, 메모리카드 같은 주변 기기 산업이 성장했다. 사람들은 사진을 인화하지 않고 파일 채로 SNS에 올렸다. 김정수 파트너는 “필름 한 통을 사면 24~36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던 필름 카메라 대신 제한 없이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도입되면 사람들이 그 사진을 더 많이 인화할 거라고 보는 견해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 계산에 불과했고 결과적으로는 메모리나 SNS 시장이 커졌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명확하게 시장을 예측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컨설턴트”라고 말했다.

컨설턴트 3분의 1만 경영·경제학 전공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반드시 경제나 경영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사무소 소속 컨설턴트의 전공을 살펴보면 3분의 1은 경영·경제학, 3분의 1은 공학, 나머지 3분의 1은 그외 다양한 분야를 전공했다.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출신의 비율은 6대 4 정도로 국내 대학 출신이 더 많다. 김도균 파트너는 “컨설턴트의 출신이나 전공은 매우 다양하다”며 “소비재 관련 컨설팅의 경우 경영적인 측면뿐 아니라 심리나 마케팅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할 때 좋은 컨설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0명이 한 팀을 이뤄 대개 1~3달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사업부분 컨설팅팀 신상훈 컨설턴트는 “컨설턴트는 팀 단위로 움직이며 일을 하고 팀원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조사하거나 전문 분야를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며 “신입 컨설턴트라도 자신이 맡은 업무는 완벽하게 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가 100%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팀워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컨설턴트의 보고서는 객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필수다. 조사를 마치면 가설을 세워 방안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략을 수립한 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업무 강도는 센 편이다. 한 컨설턴트는 “정해진 프로젝트 기간에 반드시 업무를 완수해야하기 때문에 주당 최대 100시간씩 일하기도 한다”며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유롭게 쉬기도 하지만 프로젝트 완수에 대한 스트레스와 집중적인 업무량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는 컨설턴트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 강도가 셀수록 프로젝트가 어려울수록 컨설턴트들의 보람은 커진다고 한다. 신 컨설턴트는 “내가 기획한 프로젝트가 실행됐을 때 느끼는 희열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작업인 만큼 책임감과 중압감도 크다”고 말했다.

신입 채용시 문제해결력 가장 많이 봐

처음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면 AC라고 불리는 어시스턴트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한다. 대학 졸업 후 인터뷰를 거쳐 합격하는 경우도 있고 인턴 과정 이후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신입 컨설턴트라고 해서 누군가의 업무 마무리나 보조 업무를 하는 게 아니다. 팀 단위로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무리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자신이 맡은 업무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기업마다 직급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AC과 시니어AC인 SAC를 마치면 MBA(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해 경영·재무·마케팅 등 경영을 전문적인 시각에서 공부한다. 컨설팅 회사 중엔 해외 MBA를 전액 지원하는 곳도 있다. MBA를 마치면 컨설턴트로 불린다. SAC에서 MBA를 거치지 않고 바로 컨설턴트로 진급하는 경우도 많다. 이후부터는 회사마다 직급이나 호칭이 조금씩 다르다. 하나의 팀을 이끄는 매니저를 거쳐 프린시플(principle), 파트너 등의 순서로 진급한다.

 컨설턴트로 일하기 위해선 어떤 특징이 있어야 할까. 베인앤드컴퍼니의 경우 입사시 인터뷰를 5~7번 정도 거친다. 인터뷰를 통해 다음의 세 가지를 살피는데 첫 번째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잘한 선택인지 잘못한 선택인지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가 나오면 얼마 동안의 기간 안에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 김도균 파트너는 “정답인지 아닌지를 보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살핀다”며 “영어를 못해도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면 입사 후 영어 트레이닝을 받으면 된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프로젝트의 결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를 본다. 프로젝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는가 하는 능력도 본다. 김정수 파트너는 “보고서는 훌륭하게 만들었는데 전달을 못하거나, 상대가 반대하면 그 분위기에 눌려 스트레스를 받아 긴장하는 사람이 있다”며 “보고서를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컨설턴트에게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세 번째는 팀워크다. 프로젝트마다 팀 단위로 움직이며 일을 하는 특성상 남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함께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늘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기업,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팀으로 빠르게 녹아 들 수 있어야 한다.

사설 읽기, 경험 기록으로 남다른 시각 키워야

컨설턴트에게 영어 실력은 기본이다. 해외 사무소와 업무 협조할 일이 많고, 경영학 용어나 각종 자료들이 영어로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정수 파트너는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어를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된다”며 “컨설팅의 범위는 국내로만 한정되지 않고,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 영어는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 실력만큼이나 글로벌 마인드도 중요하다. 김도균 파트너는 “영어를 잘해도 외국인들과 협업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외국인을 대할 자신이 없다면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험을 쌓고, 영어 토론대회 등을 통해 영어로 이야기하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때로는 외국인을 이끌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외국인과 한 팀으로 일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문 활용도 청소년기에 추천할 만한 활동이다. 신상훈 컨설턴트는 “정치색이 다른 두 개의 신문을 비교하면서 읽어보고 나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정리해 보는 게 도움 된다”며 “사설을 읽고 읽은 내용을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논리적으로 대화하는 방법, 생각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원훈 상무는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바라보고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소한 경험이라도 그 경험을 통해 갖게된 내 생각을 적어보라”고 조언했다. 반드시 거창한 내용일 필요는 없다. 여행을 다녀왔다면 여행기를 써보고, 책을 읽었다면 종이에 그 내용을 요약해 보는 등 생활 속 경험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이런 습관이 사물을 보는 남과 다른 시각을 만든다. 최 상무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보는 시각, 그것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되고 모두가 놓치는 실수를 잡아내는 컨설턴트로의 가장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MBA를 통해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얻게 된다. [사진 고려대]

[경영 실무 교육 MBA]
컨설턴트 대부분 MBA 거쳐
회사가 학비·생활비 지원하기도

경영 컨설턴트는 ‘어떤 학과를 나와야 한다’, ‘어떤 학과가 유리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경영을 잘 알면 도움은 되지만 그것이 경영학을 전공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베인앤드컴퍼니 김도균 파트너는 “전공을 경영으로 선택하기 보다 MBA(경영전문대학원)를 통해 경영 트렌드나 글로벌 경력을 쌓는 것을 권장한다”며 “이론이 아닌 실무적인 감각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MBA 동기들과의 자극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A는 Master of Business Adiminstration의 약자로 경영학 석사를 의미하지만 일반적인 이론 중심의 커리큘럼은 아니다. 사례를 통한 실무 중심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대개 2년 과정으로 진행되며 미국 MBA의 경우 직장 경력이 당락을 크게 좌우한다. MBA는 1909년 하버드에서 처음으로 개설했다.

MBA 과정을 마치고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는 이들도 있고, 입사 후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나서 MBA 과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회사들은 MBA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등이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Executive MBA(글로벌 CEO 양성 과정)의 경우 2014년 10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100대 MBA 순위’에서 21위에 올랐다. S³Asia MBA를 통해 3학기 동안 고려대와 중국의 푸단대, 싱가포르의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각각 한 학기씩 수학하면서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아시아 특성화 과정도 진행 중이다.

 고려대 MBA 조명현 부원장은 “MBA를 통해 컨설턴트의 가장 큰 자질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컨설턴트들이 MBA 과정에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국내 MBA는 수업의 절반 이상을 영어로 진행한다. 고려대 Global MBA·S³AsiaMBA, 서울대 Global MBA,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 H-MBA 등은 100% 영어 강의로 진행된다.

 MBA에서 배우는 과목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가령 서강대 MBA 커리큘럼은 국제경영·의사결정·기업탐방·해외단기연수·경영사례·그룹프로젝트 등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대졸 이상, 공인영어시험 점수 보유, 재직 여부, 경력계획서 등이 MBA 합격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서강대 MBA 김양민 전략기획부원장은 “전체 수업의 30%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으며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학업이 이뤄지는 만큼 입학생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며 “컨설턴트 외에도 대기업 CEO, 벤처 경영인처럼 경영 전반에 걸친 지식과 실무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응시한다”고 말했다.

 국내 MBA를 졸업한 IBM 최원훈 상무는 “컨설턴트가 반드시 경영을 전공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경영의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한다”며 “MBA는 경영의 저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미국 인디애나대 블루밍턴캠퍼스 출신으로 MBA를 거치지 않은 CJ 신상훈 컨설턴트는 “모든 컨설턴트가 MBA를 거쳐야 한다는 공식은 없지만 MBA는 경험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자기계발을 위해 MBA에 대한 긍정적인 고민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업 관련 정보는 교육부 커리어넷(career.go.kr)과 고용노동부 워크넷(work.go.kr)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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