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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안창호 선생 뵈러 매일 왔소, 40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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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핫(하나)둘, 핫(하나)둘.” 지난달 19일 오전 7시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산책로를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의 나지막한 구호 소리가 고요한 아침을 깨운다. 새벽 어둠이 사라지기 전인 오전 6시부터 하나둘 모인 사람들이 어느덧 30명을 훌쩍 넘어간다. 그중에 김명년(84·강남구 신사동·사진 왼쪽)·신홍우(76·강남구 신사동)씨가 있었다.

 두 사람이 이곳을 찾는 건 건강 때문만이 아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본받으려는 게 더 큰 이유다. 두 사람이 도산공원과 인연을 맺은 건 40년 전. 도산공원이 생긴 1973년부터 거의 매일 아침을 이곳에서 맞이했다.

 김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도산공원 조성을 지시한 70년 서울시 부시장이었다. 그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강남구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강남구라는 지명이 생기기 전이고, 현재 번화한 도산공원 인근 지역은 도로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김씨는 “도산공원 기공식이 열린 71년 4월 16일에 주변은 비포장도로였다”며 “도산공원 준공과 비슷한 시기에 영동대교가 개통됐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독립운동가였던 선친 신철휴씨의 애국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이곳에 온다. 신씨는 “이곳에 오면 21살 때부터 만주 길림성에서 의열단원으로 활동했던 아버지가 함께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독립유공자유족회 수석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두 사람은 도산공원에 오면 안창호 선생과 이혜련 여사의 묘소를 빼놓지 않고 참배한다.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면서 안창호 선생의 뜻을 되새기면서 자신과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신씨는 “아버지뿐 아니라 많은 독립운동가들 희생 덕분에 지금 같이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다는 걸 늘 기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김씨는 “젊은 시절엔 권력에 휘둘리지 않기를,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며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공원 곳곳에는 안창호 선생의 어록들을 새겨놓은 비석이 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 ‘나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을 건전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신씨는 “정치·경제·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비리 등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들이 이곳에 와서 이런 글귀를 보며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만난 사람=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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